[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확히 내가 언제 최초로 책을 펼쳐서 읽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언제나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나는 가방에 책 한 권은 넣어서 다녔으며, 책 없이는 어디를 가지도 않았다. 책 읽기는 그렇게 26년의 내 삶의 기둥이 되어왔다. 책 없이는 이 인생이 없었고, 책이 있기에 이 인생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꾸준히 읽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막 전문가처럼 어려운 책을 독파하는 것은 아니다. 고전 중 열심히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마키아밸리의 <군주론>과 <논어> 두 권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같은 도서가 있다.


 그 이외에도 몇 권의 책이 있는데, 대체로 대학 수업을 통해서 우연히 읽게 되었거나(군주론) 그저 읽었던 책에서 소개한 책(논어), 혹은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이었다. '책을 좀 읽는다.'고 말하는 입장에서 부끄럽지만, 나는 독서 편식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나는 내가 끌리는 책이 아닌 이상, 아무리 잘 팔리는 책이라도 읽지 않는다. 그냥 읽어보고 싶은 책만 언제나 읽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블로그를 운영하게 우연히 접하게 된 여러 도서 서평단 활동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독서 편식이 강한 내게 좀 더 다양한 책의 맛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고, 미처 내가 좋아하는지 몰랐던 책의 맛을 맛보고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단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의 책을 만나는 일상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얼마 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중에 '한 번도 글을 쓰는 것이 싫은 적이 없었니?'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아니요.'이다. '예'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종종 '이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 '아, 이건 글로 쓰기 귀찮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비슷하지 않을까?


 오늘 쓰는 글도 몇 번이나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하면서 쓰고 있다. 이 글은 알라딘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이 좀 많습니다>이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쓰게 된 글인데, 글을 쓰기 전에 미리 노트에 정해둔 느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키보드가 텍스트를 입력하고 있어 상당히 놀라고 있다. 그래서 글을 몇 번이나 지우다가 그냥 막연히 두드리고 있을 뿐이다.


 <책이 좀 많습니다>이라는 도서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윤성근 씨가 헌책방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평범히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책을 배치할 곳이 부족해 고민하는 모습부터 책을 대하는 자세 모두가 '역시'이라는 느낌이었다.



 책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책을 만나는 사람도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헌책방 같은 곳에 들러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법인데, <책이 좀 많습니다>는 그 이야기를 편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아마 나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도 상당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의 소재로 사용된 헌책방을 하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과거 재미있게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은 고서점을 운영하는 고우다 다이스케와 시노미아 시노부가 헌책을 팔려오는 사람의 이야기에 엮이게 되는 소설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추리 소설이었다.


 <책이 좀 많습니다>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책에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읽는 건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과> 즐거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 나도 '책' 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특별한 한 책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나는 <책이 좀 많습니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나만의 서재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어느 책벌레나 꿈꾸듯이 나도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위해서는 돈을 모을 필요가 있지만 대체로 책을 구매하느라 돈을 잘 모으지 못한다. 책에서 읽은 아래의 말이 정말 공감 가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아마 다른 책 바보도 비슷하지 않을까?


 위대한 책벌레들의 우상 릭 게코스키(Rick Gekoski)가 한 말이 맞다. 책 많은 사람치고 넓은 집에 사는 이가 없고, 넓은 집에 사는 사람이 책 수집가가 될 가능성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뭐, 지금 이 글을 마지막으로 편집하게 되는 내 책상 뒤에 있는 3단과 2단 책장 두 개를 살펴보면 일반 도서와 함께 내가 읽는 라이트 노벨이 정말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책의 수가 수납 가능한 수를 넘었기에 가지런히 꽂아두는 것은 포기하고, 눕히거나 이중으로 꽂거나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책을 보관하고 있다. 정말 좀 더 넓은 공간에 책장을 두고, 정리하고 싶다. 언젠가는.


 글이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와 같은 책벌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깐이나마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책 <책이 좀 많습니다>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보자. 책을 좋아하는 우리는 다른 사람이면서도 정말 닮았다. 아하하. (아니, 난 오타쿠인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