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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책을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책의 질감을 좋아해서 종이책을 고집한다. 주변에서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나는 도저히 불편해서 읽을 수 없었다.


 또한, 이제 책은 전자 문서로 읽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는 언어로 읽을 수도 있게 되었다. 오디오 책 같은 것이 아니라 팟캐스트라는 하나의 통로를 통해 개인 라디오 방송처럼 색다르게 책의 내용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아마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그런데 전자책과 종이책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호하고 한 가지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런 팟캐스트도 선호하는 사람과 불편해하는 사람이 나누어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팟캐스트 방송에 익숙하지 못해서 불편해하는 사람이다. (들으려고 해보았는데, 도저히 무리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라이트 노벨 장르는 일본 원서로 구매할 때 종종 '드라마 CD'라고 해서 애니메이션과 달리 성우들의 목소리로만 들을 수 있는 연기 이야기가 있다. 이 '드라마 CD'는 목소리만 있어도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머릿속에서 바로 소설 속 혹은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나 팟캐스트는 '자기들끼리 왜 이렇게 웃고 떠들고 난리지? 도저히 들을 수가 없어.'이라는 느낌이라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편차라 어쩔 수가 없는데, 두 번이나 시도했음에도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 아무래도 과거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때 W 출판사 서평단 활동 부분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글을 쓰는 부분을 제외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덕분에 두 번째 지원때에는 선정이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목소리로만 떠드는 건, 왜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아무래도 나는 아직도 놀림을 받던 과거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책으로 읽는 건 어떤 사람의 이야기라도 대체로 잘 읽는 편이지만, 문장 없이 소리만 들으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듣는 건 정말 부정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앞으로 이겨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내 개인적인 변명에 어떤 사람은 '팟캐스트 방송은 재미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정말 어려웠다. 그저 '언젠가 책으로 저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읽을 수 있겠지.'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 빨간 책방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었다.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이동진과 김중혁 두 평론가가 어떤 소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과거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나왔던 부분도 인용된 것 같은데, 나는 그 팟캐스트를 딱 두 번 듣기를 시도하다 포기해버리고 말았기에 알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알리딘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다 만나게 되었는데, 드디어 과거에 생각했던 '그래도 언젠가 책으로 읽을 날이 오겠지.'이라는 말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쳐서 읽을 때는 '어중간하다?'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읽을수록 두 화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팟캐스트가 그렇게 인기 있었던 이유와 이 책이 내게 준 느낌은 분명히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두 화자 이동진과 김중혁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전혀 몰랐던 부분을 들춰내거나 혹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이건 과거 책을 읽었거나 읽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상당히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팟캐스트는 들을 수 없지만, 이렇게 책으로 읽으면서 '와, 이런 접근도 가능하구나.' 하면서 책을 읽는 다양한 재미에 대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A : 그렇습니다. 우선 1999년에 쓴 소설 속 소설이라는 것도 반전입니다. 그리고 롤라를 강간한 사람에 대한 예상도 뒤집고 있죠. 소설의 독자들은 철저하게 로비나 세실리아의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종반까지 우리는 이 저택 사람들의 일을 도와 주던 남자 대니를 강간범으로 생각하고 있었잖아요. 어쩌면 브리오니의 식구들이 로비를 범인으로 확신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 범인이 레온의 친구로 저택에 초대되었던, 초콜릿을 군에 납품하던 사업가 폴 마셜이라는 게 밝혀지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죠.

B : 그 장면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어요.

A : 네, 3부에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브리오니가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는 장면이 나와요. 알고 보니 롤라와 폴 마셜의 결혼식이잖아요. 말하자면 강간의 피재하와 가해자가 결혼한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일단 3부의 내용으로 요약해볼게요. 브리오니가 언니 세실리아의 집에 찾아갑니다. 언니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제라도 자기의 잘못된 과거 증언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마침 그 집에 로비가 있었어요. 5년 만에 세 사람이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된 겁니다. 로비는 처음에 브리오니를 보고 엄청나게 화를 내죠. 왜 안 그러겠어요.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인데, 그러다가 곧 진정하고 네가 증언을 번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밟으라고 차근차근 냉정하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기차역에서 헤어졌다는 건데요. 하지만 제일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세 사람이 만난 것, 브리오니가 두 사람을 만나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속죄했던 일 자체가 픽션이었다는 것입니다.

B :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죠. (p43)


 위에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초반부 내용이다. 소설 <속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 부분만 읽더라도 이 책이 어떤 느낌으로 적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가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책을 상상해보았는데, 이게 재미있었다.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총 7권의 책 '속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호밀밭의 파수꾼', '파이 이야기', '그리스인 조르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파이 이야기'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딱 두 권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책에서 나오는 책을 읽은 후에 이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게 된다면, 더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 그것이 읽는 재미를 더 해줄 테니까.


 김중혁은 '빨간 책방 덕분에 책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더 꼼꼼하게 하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는 그 흔적이 녹아있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가능하지만, 혹시 기회가 된다면 <빨간 책방> 팟캐스트도 읽어보기를 바란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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