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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평점 :
아마 어떤 사람이 소비능력이 적다면 반값 세일을 노리거나 특가 세일을 노려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능력이 부유한 사람들보다 훨씬 제약적이기 때문에,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바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가난한 사람이 왜 부유해지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말이다. 많은 사람이 곧잘 가난은 대물림되기가 쉽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위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 책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제목의 책으로서 차세대 노벨경제학상 후보들이 15년간 40여 개국의 빈곤 현장을 돌며 실시한 생활 밀착형 연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자연과학의 무작위 대조실험을 경제학에 적용해 빈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효과적인 원조 방법을 과학적,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롭다.'라는 감정이었다. 보통 이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제도적인 결함을 먼저 지적하면서,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만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책을 딱딱하게 보고, 상당히 꺼리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더 흥미롭게 가난의 이유에 접근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에 어떤 배경이 작용하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분석을 몇 가지 사실과 배경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여러 현실적 배경과 제도를 바탕으로 '가난'이라는 것을 연관 지어서 모든 것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 교육 시스템, 왜 가난할수록 아이를 더 많이 낳는지,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특성 등 여러 가지 배경을 기반으로 말이다.
또한, 마지막에 해당하는 '결론: 가난의 이유를 알면 길이 보인다.'에서는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아마 정치와 경제 부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때까지의 어설픈 빈민구제 정책이 아닌, 더욱 확실히 빈민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다른 책보다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조금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종류가 종류이다 보니 흥미롭기는 하나 재미가 없고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지루함을 조금씩 딛고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책의 끝에 다다라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뭐, 평소 경제학과 '어떻게 서민을 구제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가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정말 빨리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