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는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식인과 제왕>) 그중에서 가장 널리 읽힌 책이다. 가끔 논술용 도서로도 많이 추천된다.

이 책이 고등학생 논술도서로(그뿐만 아니라 청소년이나 대학신입생의 권장도서로도.) 자주 선정된 이유는 음식문화에 대한 저자의 관점 때문이다. 왜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지, 왜 아랍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지에 대하여 저자가 잘 논증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논술의 단골 소재였던 개고기 식문화와 곧바로 딸려 나오는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텍스트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개고기 식문화의 정당성도 아니고, 문화의 상대성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아니다. 저자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현상적으로 보기에 비합리적인 비서구 문화의 행위양식들이 근저에는 대단히 정교한 합리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더 나아가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강력한 옹호를 시도한다.

이런 점에서 해리스의 견해는 비서구지역을 계몽되어야 할 대상으로 본 기존의 서구 근대주의자들과 결을 달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김지하나 함재봉마냥 비서구지역, 즉 동양이 서구 근대성을 뛰어넘는 대단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가 비서구 지역에서 발견한 것은 야만도 아니고, 탈근대적 정신도 아닌, 정교한 합리성이다.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아랍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정교한 장치로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책 후반에서는 서구문명을 공격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적 진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발생 배경과 사회적 역할을 면밀히 분석한다. 여기서 거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기독교의 이미지와 실제 예수와 그 직계제자들의 활동은 매우 달랐으며, 중세 후반의 마녀사냥의 광란은 균열하고 있던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서 기능하였다는 것을 밝힌다.

결국 마지막에서 그는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마녀의 복귀, 즉 근대 합리성에 대한 반문화운동의 공격에 대한 것이다. 이를 ‘마녀의 복귀’라고 표현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런 반문화운동은 현실의 변혁을 은폐하는 기능을 한다. 삶의 고통과 번뇌를 참선이나 환각제를 통해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하층노동자, 도시빈민 - 서발턴들에게 두드리고 노래하며 명상을 하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 해리스는 지독한 모더니스트며, 지독한 좌파라고 보여진다.(뭐 내가 일단 지독한 모더니스트니 이점에 대해선 그냥 동의할 뿐이다. ㅋ)

이는 서구문명에만 적용 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문명사회(?)에 편입된 한국에서도 문명의 오만과 편견, 주술적 맹신은 나름의 세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