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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 - 개정판, 종합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휴머니스트 교양을 읽는다 3
최병권.이정옥 엮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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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 동시에 TV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는 학생, 일반인, 지식인 등을 모아놓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그리고 온 국민이 그 프로를 집, 술집, 까페, 연구실, 직장에서 보면서 함께 토론에 동참한다. 수학능력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각자의 나름대로의 논리를 펼치며 말이다. ‘과학의 용도는 어디에 있는가?’,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반드시 자신의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뜻하는가?’, ‘꿈은 필요한가’, ‘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등과 같은 주제를 말이다!

위의 이야기는 바로 현재 프랑스의 이야기라고 한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타인의 영향이든, 자신의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생각이든, 알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따라서 앎에 대한 욕구가 없다면 호기심은 잘 유발된다고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매년 이러한 지식 형태의 ‘축제 아닌 축제’를 오랫동안 지속해 왔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또한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에서 투명한 논리를 전개하였거나, 논리의 완성도가 높은 학생들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읽는 내내 부끄러움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흔해 빠진 물음에 대한 고차원적인 해답을 나는 여전히 알고 있지 못한다. 물론, 정답이 아니더라도 그 답을 유추해 내기 위한 고민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해 보았으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의 무지에 무릎을 꿇은 것은 이러한 글들이 바로 17~18세의 청소년(청년)이 썼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영어’ 이외에는 모든 것이 다 교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교양과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교양은 실로 천지차이였다.

내가 20살 때에 ‘철학 의재 문제’ (띄어쓰기 맞음) 라는 교양 과목을 1학기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수업은 교재가 없었고, 매 수업시간마다 한가지의 주제를 던져주고 참석한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출석은 단 두 번. 그것도 중간, 기말고사 때에만 출석을 했었다. 당연히 F. 당시 난 1학년이었고, 그 1학년은 ‘자유’가 보장된 특별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수업에 연연하지 않았음은 당연한 일. 철학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던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수업은 정말 내게 교양이었다. 당시에도 나는 교양의 의미를 너무도 간단 명료하게 잘라서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책의 표현을 빌려, 교양은 나이가 들어, 삶에 대한 여유를 부릴 수 있을만한 때에 찾게 되는 따위의 것으로 말이다.

우물 안에 있을 경우에는 그 우물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우물에서 나와 봐야 내가 있던 곳이 얼마나 협소한 공간인지 알 수가 있다. 교육도, 교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교육계에 몸을 담고 있지는 교육자는 아니지만,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친 피교육자의 입장으로써 나는 16년 가까이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과연 어떤 교양을 받으며, 또 찾으며 살아왔는지 정말 재미없는(!) 물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머리가 커지고 삶에 대한 안정과 여유로움이 있어야만 그 흔해빠진 ‘교양’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윤택한 삶의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 교양을 찾아야 하는 우리는 여유가 없는 것일까 하는 물음을 내내 들고 다녔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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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암을 내가 교과서 밖에서 처음 만난 곳은 좀 색다른 곳이었다. 우리 학교 문과대 화장실 소변기 앞...

'물이 있는데도 물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물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 연암 박지원

고등학교 때, 조선시대 열하일기라는 중국 기행문을 쓴 사람은? 연암 박지원이라고 외웠던 그 한 두 줄의 구절보다, 연암은 오히려 우리 학교 화장실에 걸려진, 상황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위트-물론 이건 학생회에 어는 학생이 연암의 한 구절을 찾아서, 또는 다른 구절에서 그대로 가져왔을테지만-가 조선시대 미지의 사람인 그를 알아볼 수 있는 나름대로의 첫 계기였다.

우선 열하일기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연암은 청나라 황제의 70수 생일을 맞아 축하하기 위해 사신들과 동행한, 그것도 공식루트가 아닌 흔히들 이야기하는 '꼽사리'껴서 그 사절단에 투입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 선진문물이었던 중국에 관한 많은 새롭고 경이로운 것들을 보고, 그리고, 적으면서 중국 유람을 했던 것이었다.

책을 읽고 와우북에서 매체서평 해 놓은 것처럼, '살아서 펄펄뛰는 문장들'이 느껴졌다. 아니, 나는 연암이라는 인물자체에 대한 지은이의 동경어린 호기심 보다는, 고문(古文)을 현대의 사람이 이렇게 즐겁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른 매체의 서평과 마찬가지로, 평생 가야 한번 읽을까 말까한 고전, 그것도 우리나라의 고전을, 인물에 대한 감상적 느낌과 당시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찰 그리고 넘치는 유쾌함을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 딴지걸께 생각났는데, 난 느낌표표 책을 정말 싫어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싫다. 매체가 나서서 책을 읽자고 독려하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고 또 공감하는 바이지만, 인터넷에서나 서점에서나 책을 고를 때는 그런 추천은 절대 사양이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 남들이 다 보는 영화나, 베스트셀러라는 책은 거들떠도 안보는 부류. 예전에 나는 그 부류를 시덥지 않은 멋이라고 치부해버렸지만, 지금은 반대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미처 찾아내지 못한 감춰진 책, 글, 작가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껴본 사람은 내 심정을 조금 이해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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