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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위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든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지금

**
도반(道伴)이란,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끝줄을 되뇌어보니 마음이 아프다. 바로 얼마 전에 시인은 배낭을 땅에 가만히 내려놓고 일찍도 저세상으로 가고, 시만 이렇게 남았다. 결코 길지 않은 생을 그는 새의 길처럼 무던히도 가볍게 건너가려고 하였다. 강원도와 설악산의 맑은 자연 풍관이 시의 태반이었고, 마지막 목적지였다.
[바람난 살구꽃처럼]-안도현이 가려 뽑은 내 마음의 시 中 3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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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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