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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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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이 가한 가자 지구의 폭격은 분쟁에 대한 정당방위의 수준을 넘어 학살에 가까웠다. 압도적인 전력의 비대칭성을 바탕으로 고립된 가자 지구에 행한 폭격은 히틀러의 나치 시대에서 연원한 이스라엘의 피해의식 혹은 자기방어가 극단으로 치달아 스스로 나치화된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분쟁은 보통 정치적이거나 사회경제적인 맥락에서 일어난다. 예컨대 석유라는 희소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거나, 부동항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비롯한 중동 문제는 정치적, 사회경제적 맥락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변수가 끼어있다. 바로 종교적인 역학관계다. 종교는 정치사회적인 결정을 할 때 명분으로 사용되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는 중요한 변수다.

 

홍익희 작가가 쓴 <세 종교 이야기>는 최근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슬람 국가(IS) 사태 등이 발생하게 된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인 세 종교,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이야기다. 이 책은 세 종교 간의 관계를 쉽게 풀어낸 인문교양서로 세 종교의 기원에서부터 현재의 상태까지, 세 종교의 역사 전반을 아울러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그들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뿌리 깊은 세 종교 간의 갈등

 

유대교, 유대교에서 파생된 기독교와 이슬람교. 이 세 가지 종교에 의해 벌어진 분쟁은 현재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진다. 모세로부터 발생한 유대인의 엑소더스, 유대인의 정착을 위해 가나안(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전쟁,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인 십자군 전쟁 등 세 종교 간의 분쟁은 아주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근대 이전의 역사에서 대대적인 정복전쟁이나 국지적인 침략, 약탈 등의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세 종교 간의 물리적인 분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와는 정 반대다. 국가 간의 전쟁을 웬만하면 피하려 하고, 테러와 같은 물리력을 동원한 행동을 경원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세 종교 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의 유대인 박해와 유대인의 피해의식

 

<세 종교 이야기>는 세 종교의 기원과 역사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특별히 마지막 챕터를 할애해 유대인의 박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세 종교 이야기>를 집필하기 이전에 이미 <유대인 이야기>라는 유대인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고, 잘 알려진 유대인 전문가이기도 해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 종교 간 갈등의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가 유대인 박해라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나치독일의 히틀러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대인의 박해는 꽤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대인 박해는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다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초기 기독교세력은 약했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에 의해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예수의 위상은 갈수록 커졌고, 그러한 예수를 죽인 유대인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유대인이 금융업이나 고리대금업에 종사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기독교에서는 고리대금업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토지소유가 인정되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참작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은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기도 했는데, 이는 독자적인 생활관습과 종교생활을 지키려는 노력 때문이었다.

 

유럽에 융화되지 못한 유대인은 계속해서 고립되었다. 이 같은 고립은 고립에서 끝나지 않고 유럽인들에 의한 유대인의 배제로 이어졌다. 브레이크가 없는 열차처럼 달리던 유대인 박해는 히틀러의 나치독일에 이르러 충돌하고 말았다. 히틀러는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을 주창했는데, 히틀러가 말한 해결방법은 유대인의 절멸, 즉 제노사이드였다. 희생자가 600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 학살에서 유대인은 인간의 극단을 맛봤을 것이다.

 

유럽에서 받았던 박해로 유대인은 천여 년을 디아스포라 상태에 있었고, 나치독일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600만에 달하는 죽음을 겪었다. 유대인들이 겪었던 경멸과 학살의 경험은 필연적으로 피해의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해의식은 이스라엘에 유대인의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시오니즘(Zionism)을 만들어냈고, 결국엔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 국가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유대인은 나치독일의 제노사이드라는 극단적인 상실을 발판으로 전세계적인 유감을 얻어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은 주인 없는 땅이 아니었고, 유대인은 기존에 살고 있던 이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냈다. 이는 당연히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쟁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스라엘이 네 번의 중동전쟁을 치르고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알다시피 끊임없는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쉼 없는 분쟁은 유대인의 피해의식을 극단으로 몰고 있다. 오죽하면 이스라엘이 나치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릴까.

 

거리를 두고 객관화하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외신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보도될 때, 인터넷 상에서 이슈가 된 사진이 있었다. 가자지구가 폭격당하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찍힌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유대인들을 비난했다. 물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과 유대인의 그러한 모습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동조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저자가 <세 종교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아마도 독자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파악함으로써,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 종교 간의 갈등을 판단했으면 하는 것일 테다. 지금도 외신들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이슬람 국가(IS)의 충격적인 행위들이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보도되고 있다. 언론을 마냥 맹신하기 보다는 <세 종교 이야기>와 같은 책을 통해 자극적인 언론기사에서 거리를 둔다면, 독자 자신만의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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