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들을 떠올리면 참 다양합니다. 생각을 끄적이는 수첩, 여러가지 형태의 책갈피, 외국 도시들에서 구입한 워터글로브,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은 만년필, 수년 동안 어디에서든 함께 했던 노트북, 요즘 컴퓨터를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폰, … 다 고를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물건들은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단순히 '좋아한다'를 넘어서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하버드, 코넬, MIT 등 34인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익숙한 또는 들어봄직한 각기 다른 34개의 사물이 등장합니다. 목차에서 사물의 이름들을 훑어보았을 때에는 그에 얽힌 사연을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았습니다. 제가 아끼는 사물들에 어떠한 추억 또는 사람이 얽혀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엄숙하고 경건한 주름에 싸인 너무나 풍만하고 육감적인 작은 가리비 모양의 마들렌이 그렇듯이, 지워지거나 잠들어버린 사물의 형태는 내 의식 안에 제자리를 찾을 소생력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아주 먼 과거에서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했을 때, 인간은 죽고 사물은 부서져 산산조각난 후에도, 훨씬 연약하나 오래 견디고, 실체를 찾기 훨씬 힘들고, 훨씬 끈질기고, 훨씬 충실한, 냄새와 맛은 유일하게 오랜 시간 남겨진다. 마치 영혼처럼 다른 모든 폐허 가운데 홀로 기억하고 기다리고 희망하며, 거의 만져지지 않는 작은 한 방울 정수 속에 흔들림 없이, 추억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품는다.  

- p.110,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용문 중에서
 
   

이들의 짧은 이야기는 제가 예상했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어린 시절 새로운 세계에 눈 뜨게 해주었던 사물, 가족과 사랑에 대한 추억이 담겨있는 사물,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사물, 삶의 어느 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사물, 역사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도록 해 주는 사물, 명상을 도와주는 사물 등 일상 속의 평범한 사물에서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일기장을 엿보듯 그들의 삶의 어느 순간에 동참하게 됩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물들이 만들어지고, 그것들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물을 보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사고가 구체화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물을 숭배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의 수필에 하나의 이론 또는 철학이 함께 실려있어 그 내용을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철학과 일상을 소재로 한 수필의 중간 정도의 무게를 유지합니다. 철학에 좀더 기울어서 무겁게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지만요. 사물과 사물이, 또는 이론과 이론이 결합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서 이론이 하는 한 가지 역할은 사물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낯선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론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사물이 어떻게 우리의 내적인 삶의 일부가 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사물을 이용해 세상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여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지 탐구할 수 있다. 
이론이 사물을 낯설게 한다면, 사물은 이론을 익숙하게 한다. 그래서 추상적인 것이 살아 숨 쉬는 경험에 가까운 구체적인 것이 된다.  -p.384
 
   

   다양한 사물과 이야기가 있는 만큼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읽는 사람에 따라 자신과 같은 생각을 몇 가지쯤은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서는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 83쪽(슈퍼히어로)의 16번째 줄에 같은 문장이 두 번 반복되는데, 다음 발행에서는 수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