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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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기차, 붉은 동백, 스물한 살로 이어지는 나의 여수엔 어떤 맛도 담겨 있지 않다. 분명 무언가를 먹었을 터. 기억 어디에도 여수의 맛은 없었다. 갓김치, 장어, 굴, 부추는 모두 방송을 통해 만난 여수의 특산물이다. 다시 여수에 갈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책으로나마 여수의 맛을 탐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식 기행이다. 여수와 인연이 있는 다큐멘터리 PD 세 명이 들려주는 여수의 맛 이야기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맛은 갓김치다. 예능 프로 1박 2일에서 갓김치와 메밀국수의 조합은 정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눈으로 보는 맛이 아닌 글로 만나는 맛 역시 다르지 않다. 세 명의 저자는 아주 탁월하게 맛을 표현한다. 갓김치, 돌게장, 갯장어 샤브샤브, 장어탕까지 당장이라도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여행지의 토속음식을 먹어야만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다.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여행지 정보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찾는 일은 어렵다. 이 책은 정말 정직하다. 음식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 아니라 맛 평가도 아주 솔직하다. 무조건 좋고 맛있다는 게 아니라 맛이 없으면 없다고 말한다. 책은 친절하게 가격도 알려준다. 때문에 인터넷으로 여수 맛 집을 검색하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을 들고 여수로 향해도 좋다.

 

 유명한 해산물도 잠자는 미각을 자극하지만 나는 싱긍벌글빵집에서 파는 빵이 먹고 싶다. 세상에나, 싱글벙글빵집이라니. 정말 행복한 빵을 만드는 빵집임에 틀림없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는 마음으로 만든 빵. 여행지에서 어머니의 맛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주셨던 풀빵을 생각한다.

 

 ‘크루아상도 없고 쿠키도 없고 식빵도 없다. 투박한 찐빵과 야채빵, 햄빵, 도넛이 전부다. 가격도 착하다. 모든 빵이 하나에 600원. 그 맛도 훌륭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빵 같다. 특히 팥소가 가득한 찐빵에서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준 맛이 느껴진다.’ (214~215쪽)

 

 미식 기행이라 해서 여수의 맛만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수의 역사와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여수 근교의 많은 섬에 대한 설명도 있다. 거제도에 위치한 구십 년 된 고가(古家) 여관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본풍 건물은 역사의 아픈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은 특별하다. 육지에서는 아무리 산간 오지라 해도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지만, 섬은 비바람이 조금만 세져도 고립되어 버린다. 국토이면서 마음대로 닿을 수 없는 곳, 섬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삶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를 때 문득 가고 싶은 곳이 섬이다. 섬은 반도의 끝에서 뚝 떨어져 육지인의 애환을 받아주는 곳이다.’ (246쪽)

 

 떠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여수로 향하게 만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그곳에 여수가 있다고 말이다. 다시 여수를 떠올린다. 아직 예정되지 않은 어느 날, 여수행 기차에 올라탈지도 모른다. 그날을 상상하며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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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4-08-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는 중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곳인데, 이 년전엔가 여수 오동도를 갔어요. 오래전에는 그렇게 크고 넓어보였던 오동도가 아주 조그맣더군요. 저도 이 책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 때문에 여수가 가고 싶은 도시로 될 것 같아요. ^^

자목련 2014-08-13 19:12   좋아요 0 | URL
아무 계획없이 떠난 여수는 무척 강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수는 너무 멀어요. 해서 여행기로나마 이렇게 여수를 만나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여수와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즐겁게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