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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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고 수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가 얼토당토않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사회는 좋아진다. (218쪽) 


 어떤 일이든 그 일의 주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대체로 나쁜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타인의 경우 동요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거나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뉴스에 나온 대로 믿거나 내게 일어나지 않은 것에 조용히 안도할 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벌어지면 격하게 감정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층간 소음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밤늦게 쿵쿵거리면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벨을 눌렀을 때 너무도 화가 났다. 우선 죄송하다고 조심하겠다고 인사를 하고 소음 발생 시간을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항상 그렇다는 것이다. 뛰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답을 할 수 있을까.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답은 더욱 놀라웠다. 아래층에서 관리실에 전화를 했고 괸리실은 그것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아래층 사람이 올라온 것이다. 항상 층간 소음으로 힘들다는 아래층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관리사무소에 더욱 화가 났다.

 

 사회학자 오찬호의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읽으면서 불쑥 그때 일이 떠올라 글이 길어졌다. 층간 소음에 대해 내 집에서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들의 인식에 놀라웠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약자에게는 강하게 강자에게는 약하게, 대한민국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직장을 잃은 이들의 점거 현장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 씁쓸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국회의원의 특혜 응원 논란도 그러했다. 지켜야 하는 규칙을 무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꼼수를 부리는 기업.

 

 오찬호의 글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우리 사회의 병폐, 그러니까  권력과 힘을 내세워 여전히 이어지는 차별, 곳곳에 만연한 혐오, 걷잡을 수 없는 폭력, 예외적이라는 말로 무시하는 기준.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현상이니 그 대책을 이야기하라고 제안할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다 경험했다. 틀렸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바로 그것을 표현해야 하며 경청해야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좋은 책이며 알찬 책이다. 많은 이들이 읽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돌아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읽고 공부하는 방법, 어렵지 않다. 쉽고 친근하게 말하는 사회학자 오찬호의 책으로도 충분하다.

 

 공감의 시작은 타인의 상황에서 쉽사리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공감의 실천은 “나도 네 마음 안다”는 기만적인 사람이 되길 거부하고, 아픈 것도 서러운 사람에게 “어쩌다가 그랬어?”라고 묻는 황당한 사람이 되지 않는 거다. “내가 감히 너의 슬픔을 알 순 없겠지만, 노력할게”라고 말하면서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성찰적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지, 입으로만 ‘공감’을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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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2-1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잘못된 것을 알고 고치려고 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어떤지를 더 잘 알면 좋겠네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많아야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의 잘못만 보려 하지 않아야겠네요

밑에 층에서 늘 소리가 들렸다고 하다니, 소리가 난다고 해서 꼭 바로 위층에서 나는 건 아닐지도 모를 텐데... 저도 잘 모르지만 그럴 것도 같아요 그 뒤로는 어땠는지...


희선

자목련 2019-02-15 17:15   좋아요 1 | URL
우선은 나부터 고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소음에 대한 민원으로 밤에는 세탁기를 돌리거나 하는 일을 하지 않아요. 이사를 간 것 같기도 하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