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버섯 (세르게이 코즐로프의 동화집 '안개속의 고슴도치' 중에서)
정말 멋진 가을날이었어! 푸르디 푸른 하늘에 빨강 노랑 잎사귀들, 그리고 햇빛이 따사로운 날이었다구.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아기 곰이 울기 시작했어.
"왜 울어?" 아기 고슴도치가 물었어.
"모르겠어", 아기 곰은 대답했지. "울고 싶어졌어."
"주변을 좀 봐..."
"봤어", 아기 곰이 말했어. "그래서 눈물이 나."
"울 일이 뭐가 있어? 좋기만 한걸", 아기 고슴도치는 말했어.
"기뻐서 눈물이 나", 아기 곰이 대답했어.
"기뻐서 눈물이 나는 수도 있어?"
"물론이지!", 이렇게 말하고는 아기 곰은 울음을 터뜨렸어.
"자, 울지 마!", 아기 고슴도치는 한 발로 아기 곰을 쓰다듬었어. "내일이 오면 다시 해가 뜨고 다시 잎사귀들이 날아다니고 철새가 날아갈 거야."
"날아가버린다고?", 아기 곰은 흐느끼더니 이젠 아예 목을 놓고 울기 시작했어.
"하지만 다시 돌아올 걸", 아기 고슴도치는 말했어. "항상 돌아오는 걸. 겨울이 가고 눈이 녹으면 돌아올 거야."
"겨울이 오잖아", 아기 곰은 구슬프게 울고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어.
"응, 겨울이 올 거야. 하지만 겨울도 지나가. 그럼 모든 게 다시 돌아올 거야."
"싫어! 싫다구, 알겠어?"
"뭐가 싫다는 거야?"
"모든 게 없어지고 날아가버리는 게 싫어!" 아기 곰이 외쳤어.
"겨울은 금방 지나는 걸", 아기 고슴도치는 말했어. "너도 알잖아. 게다가 겨울은 정말 멋지단 말야!"
"겨울이 오면 또 울거야."
"겨울에? 그건 왜?"
"겨울이 지나가는 게 불쌍해." 이렇게 말하고는 아기 곰은 아주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어. 아기 고슴도치는 말로는 친구를 도와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이리와봐!" 아기 고슴도치는 소리쳤어.
"어디 가려구?" 울어서 두 분이 퉁퉁 부은 아기 곰이 고개를 들고 물었어.
"이리와 보라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아기 고슴도치는 아기 곰의 앞발을 잡고 숲으로 끌고 갔어.
"어딜 끌고 가는 거야?"
둘은 오래 전에 부러진 자작나무 옆을 뛰어 지나 시냇물 위에 놓여진 썩은 다리를 건너서 톱으로 잘린 사시나무를 넘고 불에 타버린 나무밑둥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산 위로 올라갔어.
"자 봐!" 아기 고슴도치는 아기 곰에게 살구버섯을 가리켰어.
조그마한 금빛 버섯이 무릎을 구부리고 어둠 속에서 이끼 위에 앉아 있었어.
"보이지?" 아기 고슴도치는 말했어. "얘한테는 아빠도, 엄마도, 아기 고슴도치도, 아기 곰도 없어. 정말 외톨이지. 그런데 울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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