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달다.하지만 여행가지 못한 마음은 허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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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나는 여행수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감성적인 여행수필을 보면 괜히 잘 눌러놓았던 멜랑꼴리를 쿡쿡 건드려서 여행욕구만 생기고 현실을 더 답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서는 실질적으로 여행중에 필요한 각종 맛집과 숙소, 명소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온 책을 우선적으로 구입해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서점에 가면 명소나 맛집을 100배 즐기는 책보다는 감성을 200배 충족시키는 여행책이 많은 출간되는 것 같다. 서점 여행분야에는 여행을 하게만드는 감성적인 제목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그래도 당신이 달다"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다시 꿈틀거리게 했다..휴.
이 책이 다른 여행수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과 음식을 통해 풀어나간 점이다. 특히 작가의 여행사진은 여행지의 풍경보다는 인물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클로즈업된 인물사진들이 외로움과 고독이 묻어나는 글들 사이에서 힘을 실어 주는 것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센티하지만 솔직하고 단 느낌이다. 낯선 사람들과 공간, 낯선 음식들.. 이런 낯설음들을 달달함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이런 여행서를 보게되면 저자도 눈여겨 보게된다. 마음껏 여행하고 있는 저자는 광고대행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다가 여행이 직업이 된 사람이다.
누가 억지로 시킨것도 아니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러웠다.
팍팍한 사회생활이 아닌 본인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모든 직장인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책을 덮으니 갑자기 현실이 가혹해진다. 대리만족은 커녕 떠나고 싶은 마음만 더 가득하다.
앞으로 더욱 여행서를 멀리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아니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수 도 있을 테니말이다. 덕분에 오늘 비도 오는데 기분은 매우 센티하고 여행이 가고싶다.

-상관없는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늘 허전했다.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늘 반복하면서도 절대로 면역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P35

-삶이랑 문득 이렇게 경건한 것이다. 버릇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때로 외롭고 지루하거나 힘든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낸 뜨거운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만난 한 가닥 한 가닥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걷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큰 포만감을 줄 것이다. P99

-나는 세상을 많이도 돌아다니면서도 내 것을 나누는 일이 서툴렀고, 그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에 마음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본다고 마음이 달라지겠는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다 안을 그 마음에 비한다면. P247

언제부턴가 당신에게 자꾸 밥을 덜어주고 싶던 마음. 그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내 그릇은 영원히 반이어도 좋으리.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