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헌금한게 노사모였어. 얼마안 되는 돈이었지만, 그때는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보장 조차도 없었지만 보내고 나서 내자신이 뿌듯했었지. 맘 졸이며 개표방송을 보면서, 혹시 혹시 정말 진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다가 정말 당선이 확정되자 믿어지지 않게 기뻤어. DJ때는 드디어 대통령이 되었구나 하면서 안도하는 맘이 컸다면 노무현때는 와 어떻게 정말 당선이 되었네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열배는 더 컸을거야. 노무현을 뽑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졌고, 정말 무언가를 바꿀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들떴었어.

 

내가 한번 믿은 사람에게는 바보처럼 계속 믿고 좀처럼 맘 변하지 못하는 미련퉁이라서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욕하고 떠나갈때도 , 난 정말 온정주의에 물들어 있나봐라고 스스로를 비난할 지언정 그의 곁에서 서성이고 있었어. 차마 난 아직도 그를 믿고 있다고 말하면 너 정말 미련하구나라는 말을 사람들이 할까봐, 해태타이거즈를 응원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분 표현대로 하자면 모진 백성 만나서 벼락맞은 것은 바로 그분이었어.너무 모진 국민을 만나서 , 이제야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있게 된 모질고 아둔한 백성을 만난거지. 사람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어. 잊지말자고, 오늘의 일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근데 난 분노도 안 나와. 이럴줄 몰랐었나 정말..진짜 이럴줄 몰랐을까?  물론  잊지 않을거야 .어떻게 잊을 수 있어..

 

그저 이것저것 분석하고 따지지 않고 나랑 같이 울분을 떠뜨려줄 사람이 옆에 없는게 좀 아쉽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MB욕이나 해대면서 막걸리잔을 같이 기울일 그런 사람말야.

대한문앞에도 못 갔지만 언젠가 봉하마을의 그 조그마한 비석앞에 가서 노란 국화꽃 한송이와 소주 한잔과 담배 한개피를 드리고 올거야.할 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다.
내일은 또 어떤 치욕스런 사건들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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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05-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기 있어요. 저는 쿨한 것도 싫고 똑똑한 것도 싫어요. 제 속엔 자꾸 억울한 생각만 나요. 우리가 뭘 어쨌다고 이꼴까지 당해야 되는지 잠도 안 와요. 그런데 어떻게 뭘 따져요. 저는 늘 그랬듯이 그냥 어리석은 대중할래요.

paviana 2009-05-29 01:14   좋아요 0 | URL
그죠. 지금은 같이 슬퍼할 사람이 필요해요. 잊지 않고,서로 잊지 말자고 다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글 읽는 고양이도 대환영입니다

마노아 2009-05-2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봉하마을에서 20분 거리 사는 지인을 만났는데, 김해 물가 올랐다고, 돈을 받았으면 들키지나 말았어야지, 이따구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콱! 성을 내고 싶었어요. 결국 못했지만요. 애도나 연민의 감정은 없더라도 그냥 침묵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그것도 욕심인가봐요ㅠ.ㅠ

paviana 2009-05-29 09:45   좋아요 0 | URL
솔직히 요즘 같은 때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랑만 만났으면 좋겠어요. 슬퍼하기도 힘든데 그런 말 들으면 정말 더 화가 날테니까요.

도넛공주 2009-05-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이렇게 같이 슬퍼할 사람들은 다 숨어있는지 모르겠어요 paviana님.
현실세계에선 둘러봐도 가족들을 빼면 아직 한명밖에 못찾았답니다.

paviana 2009-05-30 21:0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 공간이 소중해요. 여기서는 나와 비숫한 분들이 많아서요.도넛공주님 같이 슬퍼해요.

마냐 2009-05-3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같이 가요. 마음에 세운 비석보다 더 작을 비석 보러.

paviana 2009-05-30 21:06   좋아요 0 | URL
네 언젠가 우리 같이 가요. 마음에 세운 비석은 항상 잘 닦아놓을거에요.

2009-06-23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