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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우리는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사실 정확하게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제대로 놀고 있는가?” 이 질문은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난처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노는 것을 악덕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즐겨 들을 수 있었던 전통 노래 가락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습니다.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노나니….” 근면성실을 강조했던 시대에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였습니다.
근면, 자조, 협동을 기치로 내건 유신 깃발 아래 일치단결해야한다고 교육받던 시대에도 어른들은 흥에 겨워 이 노래를 즐겨 불렀습니다. 그때는 이해 안 되던 젊어서 놀라는 그 가사가 그러나 이제 와서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래, 맞다” 하고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우리는 제대로 놀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바로 핵심을 찔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이런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올해는 신나게 놀기로 했습니다.” 그는 평생 신년계획이란 걸 세워본 적이 없으며 그건 달력을 사람이 편리를 위해 만든 숫자일 뿐이라 생각하는 일종의 철학 때문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비장한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아마도 이는 그가 이제 평기자가 아니라 편집국장이 되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아침형 인간에 대해서도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말을 인용해 비판의 메스를 댔습니다. “아침형 인간은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는 특히 신문사처럼 기획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조직에서 ‘근면․성실’은 정말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지식기반사회로 진화한 우리사회에 요구되는 핵심원리는 ‘근면․성실’이 아니라 ‘재미’라고 그는 외칩니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나부터 잘 놀자.”
“우선 나부터 올해는 휴가를 팍팍 쓸 예정이다. 벳푸온천도 가서 놀고, 앙코르와트 구경도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기자들의 휴가계에 서명할 때 만면에 웃음을 띠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차세대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조국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대담형식으로 펴낸 책 <진보집권플랜>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사회에는 아이건 어른이건 ‘노는 권리’가 필요해요. 러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 필요합니다.”
조국 교수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일 중독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에 자극적인 방법으로 놀 거리를 찾게 되고, ‘자기 파괴적 놀이’에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직장일이 고되니까 후딱 폭탄주 마셔서 취하고, 노래방에 가서 악쓰고 노래하고 귀가해 토하고 뻗어버리는 식으로 카타라시스를 추구하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그도 김주완 국장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전 사회적으로 ‘연차휴가 다 쓰기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서 이런 운동을 해야 합니다. 법정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다음날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해 쉬어야 합니다.”
‘대체공휴일’ 법안은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낸 법안 중 일부인데 조국 교수는 거기에 100%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문국현 씨가 유한킴벌리에서 실험했던 ‘4조 2교대’를 포스코 계열 철강재 포장업체인 삼정피앤에이가 이어받았는데 주목할 만한 제도라고 칭찬했습니다.
“기업인들은 아직도 컨베이어벨트만 빨리 돌리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포드주의나 도요타주의에 빠져있죠. 이런 생각이 박정희식 경제모델의 기본발상이었어요.” 이런 문화에서는 ‘노는 권리’의 중요성도 알 수 없고, 관광산업이나 여가산업의 발달과 새로운 고용창출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오연호 대표기자가 “앞으로 진보․개혁 진영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아예 공약으로 ‘나는 법정휴가를 다 쓰겠다고 밝히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하자 조국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노는 권리를 찾아주는 상징적인 공약이 될 수 있겠죠.”
오연호 대표기자는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다는 책으로 유명한 <유러피언 드림>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노동시간 대비 생산효율성을 잘 비교해놓았는데, 놀랍게도 프랑스가 더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비해 프랑스가 노동시간이 훨씬 짧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조선, 중앙, 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들은 그래서 프랑스가 미국보다 형편이 어려운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음), 그걸 믿을 바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무튼,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진보집권플랜>은 “우리는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란 물음과 “우리는 제대로 놀고 있는가?”란 두 가지의 그러나 동일한 질문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요즘처럼 ‘복지’란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 그리 국익에 반하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그랬다고 합니다. “나의 아버지(박정희)가 꿈꾸던 나라는 복지국가였다.” 이제 바야흐로 보수정당의 리더도 복지에 대해 말을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가 무슨 뜻인지 알고나 그런 말을 썼을지 그게 궁금합니다.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말하는 정당의 대표였으니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연호 대표기자가 조국 교수에게 한 질문을 그녀에게 던져보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이건 어떻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노는 방법이나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 글은 인터넷언론 <100인닷컴>과 블로그 <파비의 칼라테레비>에도 함께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