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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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식`에 지쳐 다시금 책을 집어들었다. 피하려 해도 좀체 피할수 없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저 지나치려 했던 헤드라인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뉴스의 시대>를 읽으며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뉴스에 매몰되지 않는 것 사이의 긴장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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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공간/장소이지만 획일화될 수 없는 공간/장소로서의 헤테로토피아. 푸코가 중단한 미완의 기획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적 기획을 전체주의로 환원하는 경향에 대항하는 데 어떤 함의를 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이 언급만 하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직접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하나(번역자도 신뢰가 가는 분이고), 그리고 오랫동안 푸코와 대면해 온 연구자의 강의를 기다리는 기쁨이 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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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후 수 개월 동안,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제대로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제대로 하는 게 거의 없기도 하다). 이를 만회하고픈 마음에 뭔가 도움이 될 법한 책을 이리저리 집어본다. 박신영의 『기획의 정석』도 읽고, 읽다만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도 다시 살펴본다. 하지만 책을 본다고 해서 당장 일머리가 나아지거나 하는 건 아닐 테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다시 이것저것 집는다.


  『파워풀 워킹 메모리』는 흔한 뇌과학 책처럼 보인다. 우리 뇌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설명하는 방식의 책. 전형적인 플롯이 반복되는 드라마처럼, 주인공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이들을 방해하는 연적과 주변 사람들이 있고, 마침내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하는 그런 방식의 이야기.

  하지만 전형적일 줄 알았던 드라마에서 의외의 반전을 발견할 때의 기쁨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다면 과장일까. 저자들에 따르면(이들은 공저자이자 부부다) '작업 기억'이라는, 우리 뇌의 이마엽앞겉질을 활성화시킬 때 발동되는 능력은 우리가 집중해야 때 집중하게 하고, 잡다한 정보에서 핵심을 추려내는 데에도 기여한다. 내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도 방식이지만, 작업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론에 있었다.

  그런 방법 중 첫 번째 것으로 '암호 해독'이 있다. 이름은 다소 거창하지만(우리가 매번 암호를 풀어야만 하는 스파이는 아니니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57*6=?" 같은 계산을 수행할 때 숫자를 쪼개서 계산하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먼저 50을 6과 곱하고, 이 답을 작업 기억에 저장한 뒤 7에 6을 곱해 앞서 계산한 숫자와 더한다. divide and rule 전략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방법은 '부트스트래핑'이다. 이름에 쫄 것 없다. 숫자나 기억해야 할 대상에 적당한 이름을 붙이고 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트럼프 카드의 하트 7과 스페이드 킹에 각각 007 제임스 본드와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를 연결해서, 하트 7 뒤에 스페이드 킹이 나온다면 제임스 본드가 잭 니클라우스에게 골프 교습을 받는다는 식이다. 이 대목을 읽자 <옛날 옛적에Once Apon a Time> 같은 카드게임이 떠올랐다. 플레이어가 카드를 한 장씩 내려놓으면서 그 카드에 적힌 단어를 가지고 앞선 사람이 한 이야기를 잇는 방식의 게임이다. 이야기를 잇는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렇게 할 때 단어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오고 외우기 쉬웠다. 우리는 그저 눈앞에 놓인 사물은 지나치기 쉽지만, 이름이 붙거나 이야기를 떠올리는 사물은 쉽게 잊지 못한다. 부트스트래핑은 바로 그와 같은 우리 반응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 방법은 '덩이짓기'이다. 체스의 그랜드마스터가 체스를 둘 때는 말을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말의 관계를 항상 염두에 둔다. 말하자면 고수는 행마를 할 때 여러 개의 패턴을 기억해서 필요할 때 그 패턴을 꺼내어 쓴다(몇 년 동안 체스를 초보 단계에서 깔짝댔던 나로서는 실제로 체스를 둘 때 이를 거의 실행하지 못한다...). 일류 프로그래머가 작업을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프로그램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스도 늘어날 테니 일을 진행하면 할수록 세부를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프로그래머는 고급 프로그래밍과 저급 프로그래밍으로 프로그램을 구분한 뒤, 고급 프로그래밍 단계에서는 간략하게 만든 코드를 쓰고 저급 프로그래밍 단계에서 작가로 따지면 각주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보강한다. 이렇게 패턴을 덩이짓고 꺼내어 활용하는 것이 덩이짓기의 주된 전략이다.


  이런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또 꾸준히 한다고 해도 과연 체스 그랜드마스터나 일류 프로그래머처럼 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밥상을 제법 잘 차려줬는데 굳이 먹기를 마다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 두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책에는 여러 가지 식이요법과 운동법도 나와 있으니(여러모로 조깅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운동이다) 위에서 소개한 작업 기억 훈련법과 병행한다면 더없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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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보았습니다. 제국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비판했다는 점에서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

제가 제국에 대해 완전히 독해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포스티노 님의 리뷰에서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현재의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제국주의의 연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 네그리/하트가 제국을 집필한 시기는 책 서두에 밝혔듯이 1991년 걸프전(제2차 페르시아 만 전쟁)~1998년 코소보 분쟁 사이입니다. 출간은 200년에 했습니다만, 네그리/하트가 '제국의 완전한 자기 선언'을 발견한 때는 걸프전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 합니다. 냉전 체제가 해체된 뒤 다원적인 국제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다원적이지만 미국이 주축이 되는 패권적 국제질서가 나타났습니다. 이 질서는 기존의 근대국민국가 사이의 대립-중국과 인도 사이의 영토분쟁, 일본과 중국 사이의 도서분쟁 등-을 안고 있으면서도 힘의 논리를 '정당한 전쟁' bellum justum 개념과 합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지요. '정당한 전쟁' 개념은 춘추전국시대 이래의 '대의명분'과 유사하지만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자기 합리화보다 더욱 정교한 국제질서 슬로건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도덕적이고 종교적이며, 힘과 도덕을 일치시켰다는 점과 '자유', '민주주의', '평화'와 같은 근대적인 개념을 지배수단의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더 이상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의 구성원(특히 패권국가인 미국)이 단순히 영토와 주민의 획득, 자원의 약탈, 시장의 확대-이것을 자본주의의 '실현'과 '자본화'라는 개념과 연결지을 수 있음은 물론이지요-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국민국가의 경계를 확대시키는 게 주된 목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각 국민국가는 단일패권국가와 더불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자본주의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 간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국제 사법질서는 국민국가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제 사법질서 안에 국민국가가 유기적으로 생존해나가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은 오히려 제국의 지배질서를 뚜렷이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근대 국제질서 상 미국의 공격은 분명 침공이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 독재정권 붕괴를 명분으로 한 침략은 '내정간섭'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질서에서 그것은 국민국가 사이의 대립이라기보다 제국적 질서 안에서의 치안력의 발현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전지구적인 탈근대 질서 속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독재 정부는 미국과 일본, 한국, UN, EU 등이 적으로 규정하는 '테러리스트'와 동격이었다는 걸 상기해야 할 듯 합니다.

둘째, 네그리/하트는 포스트모더니즘 비판을 수행했지만 그 영향력을 원천 부정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은 전반적으로 거대 담론을 해체하고 미분적이고 미시적인 영역들에 관심을 돌려 정치철학을 비롯한 근대 철학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습니다. 제국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러한 비판은 탈근대 시대의 도래-그러나 그것은 단절이나 갑작스러운 출현이 아닌, '연결'이라고 보아야 하지요-와 함께 제국적 질서 안에서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도리어 제국의 지배질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지적은 라클라우/무페의 민주주의 이론을 비롯한 시민사회 이론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국 안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제국'의 탄생과 유지, 생산과정을 밝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이 '제국'을 생산하는 데 공헌했다 하여도, '제국'이 손을 뻗는 미시적인 영역을 밝히는 데에 마찬가지의 효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 안에서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받은 텍스트와 매체, 창작물이 선/악의 구분 없는 세계를 묘사했다고 해서 "현실을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잿빛으로 물들였다"는 식의 비판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자본주의를 악으로 규정했을 때, 물론 그것의 해악을 올곧이 바라보아야 함은 기본이지만 악의 반대편에 있는 것을 선으로 규정짓는 것 또한 위험한 시도가 아닐까 합니다.

셋째, 위의 지점에 이어 말하자면 욕망과 다양성, 잡종성 등은 다중의 토양이자 무기라는 것입니다. 이 역시 '제국'을 형성하는 기반이기도 하지만, 욕망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네그리/하트가 전제하는 것은 "특정한 욕망은 특정한 배치에 따라 변이한다" 라는 들뢰즈/가타리의 입장입니다. 이른바 '독일 국민'이 나치즘을 비롯한 파시즘을 지지했을 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파시즘을 지지하게 하는가?" 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네그리/하트 역시 스피노자의 개탄을 따옵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를 떠받들고 그것을 위해 헌신하기까지 하는가?" 그것을 들뢰즈/가타리는 '배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배치의 변이가 욕망의 변이를 산출한다는 유물론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정치질서 즉, '제국'이 팽창하고 유지되는 데에 특정한 배치가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대중의 신체 곳곳에 스며들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생체정치권력이 된 것이지요. 이것을 국제정치경제질서와 연결시켜보자면 각 국민국가는 그 나라가 기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크게 상관없이 자본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으며(이는 북한도 포함되겠지요), 초국적 자본, UN, 국제 NGO 등과 함께 중심도 경계도 없는 구성적인 제국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국'에 대항할 수 있는 배치를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싹트는 것은 물론이겠습니다. 바로 여기서 '다중' 개념이 출현하며 그 기반으로 다양성과 잡종성을 들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단일한 운동노선, 단일한 투쟁주체, 단일한 조직(예컨대 '혁명정당' 등)이 변혁적인 상황을 생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돌발적인 자발성과 자율성에 변이를 맡길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을 수 있지만-그래서 혹자는 "나는 대중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도 하지만-세계 곳곳의 다양한 '다중'이 생산하는 다양한 전략과 대안은 그것이 실패로 끝나는 것이 다수여도 도리어 그 과정은 다중의 역능을 강화하는 순간이라고 봅니다. 명확해지는 것은 '다중'은 국제주의적인 존재이며, 그 주체는 누구나 될 수 있다는-물론 기존의 배치를 부정하는 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다중'의 출현에 대해 부언하자면, 다중은 현재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의 리뷰에서 서술했듯이 수많은 혁명적인 순간마다 다중은 출현해왔으며, 단지 그것을 바로보지 못했을 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다중은 훈육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스스로 공동체의 삶을 생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 실천 속에서 제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하는 데에 있어서는 저의 개인주의적인 삶이 반성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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