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家
김서령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바쁜 일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집은 가장 편안한 곳이며 내일을 살게하는 에너지의 재충전의 장소이다. 그런 소중한 의미때문일까, 아파트 평수를 늘이고 좋은 물건들로 가득한 집을 갖기 위한 욕심이 우리 삶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집의 소유가 행복과 연결된다고 믿는 사람도 흔하게 만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무게를 더할 수록  누구나 꿈을 꾼다.  퇴직 후에는 하루종일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지내는 이런 삶을 청산하고 시골로 내려가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자연을 느끼며 살겠다고 말이다.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칠수록 좀 더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벗어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문제일까.

[김서령의 家]에서 우리는 멋진 집에서 멋진 가구로 치장하고 호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작고 초라함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향기와 나름의 철학으로 채워진 진정 멋진 집들을 만난다. 야생화가 마당 가득 피고 사시사철 꽃향기가 가득한 집, 헌집에서 뜯어낸 나무로 마루를 들이고 흙으로 지은 토담집, 집을 위해 자연을 해치거나 나무를 베지않고 창으로 자연을 보는 것에 만족하고 나무 한 그루를 위해 고쳐 지은 사람의 향기가 담긴 집들이 있다. 도시 속에 있으나 도시의 매연을 느낄 수 없는 옛향기를 간직한 집, 20년을 지나 다시 태어나 자란 추억을 위해 찾아든 낡았지만 정겨운 집들이 있다. 또 설혹 새로 지어 현대적감각이 풍긴다해도 콘크리트의 차가움을 덮는 그들만의 지혜가 가득하다.

화가 박태후 등 22명의 이름세로는 유명인이 사는 집에 대한 사람들의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않을까. 익숙치않은 이름으로 그들의 집을 만나고 비로서 화가로서의 박태후, 디자이너 변상태가 궁금해진다.

집은 한 10년은 살아야 주인의 숨결을 받아 마신 후에 주인과 닮은 생명체가 된다고한다.(책 중 인용) 재테크란 이름으로 점점 늘어가는 집의 규모가 아니라, 나무가 선물하는 공기를 마시고, 꽃향기를 맡으며 새소리, 물소리 들어가며 사는 김서령의 家에 살고있는 그네들이 한없이 부럽다. 새로 산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배어있는 그들만의 물건이 가진 흉내낼 수 없는 격이 부럽고, 딱 그 집에 어울리는 근사한 이름을 지은 그들의 삶의 여유를 닮고 싶다.

참 이상한 것은 이렇게 많은 부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집을 엿보며 사실은 내가 얼마나 가진게 넘치는지돌아본다.  가진 것을 잘 지키고 다듬으며 나의 숨결을 담고 그래서 결국은 집을 보며 열심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느낄 수 있는 집을 가지는 것, 그것이 최상의 집이고 최고의 행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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