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것의 기원-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_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책세상 | 2017-10-25

| 원제 The Origins of Everything in 100 Pages (More or Less) (2016)

 

 

우주를 생각하다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몸과 마음을 느낀다. 그동안 인류가 측정한 우주의 나이는 90억년이다. 중세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식과 종교 사이엔 목숨까지 달려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도미니크회 수사였던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우주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수없이 널려 있으며 모든 별들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고 주장해서 성직자들을 분노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루노가 우주는 변하지 않으며 크기와 나이가 무한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이런 주장을 펼친 철학자는 브루노가 처음이 아니었으나, 가톨릭교회는 그를 이단으로 간주하고 입을 닥치라고 했다. 그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가톨릭교회는 그를 재판했다. 그리고 1600년 사순절에 로마의 캄포데피오리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브루노가 죽고 33년 후에 갈릴레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다행히 그동안 세상이 변했다. 요즘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엉뚱한 말을 쏟아내도 화형은 안 당한다. 대신 학계에서 왕따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태양계의 나이는 어느 정도 될까? 학자들의 측정으론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지구의 나이를 알아보는 과정 중엔 종교의 교리보다 과학자들의 갈등이 심했다. 서로 자신의 이론과 학설이 정석이라는 고집 때문이다. ‘고집불통 지식인으로 유명했던 캘빈 경(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지구의 나이를 약 2천만 년으로 추산했다. 지질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이 문제로 격렬한 논쟁에 휩싸인다. 지질학자들은 산과 계곡에 지금과 같은 두께의 퇴적층이 형성되려면 수억 년은 족히 걸린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정확한 지구의 나이는 46억 년이므로,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도낀개낀이다.

 

 

미생물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는데도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반면, 공룡은 지구에 살다 간 기간이 끽해야 5천만 년(우주의 나이에 비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에 불과한데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원이야 어찌되었던, 우리 선조들은 직립보행 덕분에 손이 자유로워졌다. 손을 잘 쓴 덕분에 지구라는 행성을 접수했다. 논쟁의 여지도 남아있지만, 불을 사용한 최초의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다. 불의 사용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혁명이었다. 인간은 참 못됐다. 다른 종의 씨를 말리는 대단한 재주를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인간을 따라올 동물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버코비치는 현재 예일대학교 지구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주요 연구 분야는 행성물리학으로, 판구조론과 지구의 내부 및 화산의 원리 등이다. 지은이는 우주와 연관되는 여러 단어들, 빅뱅, 별의 탄생, 원소의 생성, 태양계, 지구, 생명의 탄생과 진화 등을 각기 독립된 칼럼 형식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것의 기원(Origins of Everything)'이라는 썰렁한 간판을 걸고 한 학기 동안 진행되었던 세미나를 엮은 것이다.” 타이틀이 썰렁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렇지 않다. 별나라를 다룬 이야기치곤 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얇고 피상적이면서 영양가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