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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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두 곳이 있다. 병원과 경찰서다. 안 가고 살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이런 말이 뒤따른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사나 판, 검사가 한 사람쯤 있어야한다.

 

2. 우리 서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하는 삶만 없다면, 다행으로 생각해야할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갇히고 고통받는 존재가 다른 사람 아닌 '나'라면 어찌해야할까.

 

3. '인권(人權)'을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대는 어떠한가. 의무만 주어져있지 권리만 남아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 그 자체이다.

 

4.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는 단체가 있다.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인 '공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에서 실컷 돈맛을 보고, 쬐끔 시간을 내서 봉사하는 변호사들이 아니라, 아예 전업으로 공익과 인권을 향해 힘을 모아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5. 공감의 특징은 그들의 활동 자금(?)이 정부의 지원금에 전혀 기대지 않고, 개인과 로펌 등의 기부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나랏돈이라는 것은 한푼이라도 쓰게 되면, 간섭이 뒤따른다. 현명한 선택이다. 공감은 영리 활동도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법조인에게 보장된다는 부나 특권이 딱히 싫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 변호사들은 그들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 좋다고 한다.

 

6. 공감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영역으로 보면 여성 인권 / 장애 인권 / 이주와 난민 / 빈곤과 복지 / 취약노동 / 성소수자 / 국제인권 / 공익법 일반 / 공익법 중개와 교육 등 9개 영역으로 나뉜다.

 

7. 공감의 많은 활동 내역 중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가명)의 사례가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사회가 어찌 이지경까지 갔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후안마이는 2007년 1월 국제결혼 중개업체 소개로 건설일용자인 장 아무개씨를 만나 결혼해서 5월에 한국으로 입국했다. 한국에 와보니 중개업자와 남편이 말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스물일곱 살 많은 남편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거주지는 월세 18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이었다. 남편은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후안마이의 요청을 외면했고, 바깥출입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후안마이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8. 후안마이는 남편의 구타로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사체로 발견되었다. 검거된 장 씨는 "돈 들여 아내를 데려왔는데 자꾸 자기나라로 돌아간다고 해 홧김에 때렸다."고 했다.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가 있었다. 유서가 되고 만 그녀의 편지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어린 소녀였지만 '결혼이주'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헤아렸던 성숙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9."...저도 한 여자로서, 아내로서 나중에 더 좋은 가정과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당신은 아세요?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 수 없어하고, 그럴 때마다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10. 공감 같은 인권법재단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보통사람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법조인이 마음에 크게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보니 이런 풀뿌리 단체가 생기는 것이다. 공감이 생각하는 법은 '테두리'이다. 테두리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허물고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게 힘찬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대들 덕분에 이 사회는 살아갈만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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