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뇌 - 당신의 위장이 스스로 생각한다
마이클 D. 거숀 지음, 김홍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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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가 두개골안에만 있다는 선입견을 버려야겠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거숀은 컬럼비아대학 해부학과에 재직 중인 신경 생물학자이다. 코넬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대 신경위장관학의 대부로 통한다.

 

2. 우리 몸에는 소화 기관을 따라 약 100미터에 이르는 신경계가 존재하고 이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뻗쳐있다. 저자는 이 소화 기관 신경계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95%가 창자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약물 혹은 우리가 먹는 음식, 기호식품이 소화 기관의 신경계와 어떤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소화관에 관한 시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소화기관에 푹 빠져 있는 학자이다.

 

3.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식욕, 수면, 근수축과 관련한 많은 기능에 관여한다. 또한 사고(思考)기능과 관련하기도 하는데 기억력, 학습에 영향을 미치며, 혈소판에 저장되어 지혈과 혈액응고 반응에 관여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긴다. 또한 식욕 및 음식물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조절자로 작용하며 탄수화물 섭취와 가장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소적으로 세로토닌이 증가하면 식욕이 떨어지게 되고, 감소할 경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한편 세로토닌은 생체 내에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파괴된다. 저자의 노력은 세로토닌의 빠른 분해와의 싸움으로 모아진다.

 

4. 이 책을 읽다보니, 꽤 오래전에 출간된 '제3의 뇌 / 야기다 이스께 외 / 광명출판사. 1985년'가 오버랩된다. 인간의 두뇌에는 좌뇌와 우뇌 사이에 위치한 간뇌(間腦)가 있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지성의 장소이고, 우뇌는 정서의 장소라고 알려져있다. 이 지성과 정서를 통합하여 비약, 승화 시키는 간뇌가 곧 제3의 뇌이며 '영성(靈性)의 자리'라고 이야기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스토리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초종교적인지라 대중적인 호응도는 미약했다.

 

5. 그러나, 이 책에 적힌 내용들은 실질적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건너뛰어 제3의 뇌까지 간 사람이 있었지만, 차분하게 제2의 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내 안의 신세계 : 소화 기관 신경계를 향한 첫 발걸음.  대장정 : 입에서 항문까지.  제2의 뇌의 기원, 그리고 소화 기관 기능이상.

 

6.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소화기 신경과학'은 소화 기관에 정말로 제2의 뇌가 있다는 초기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베일러스와 스탈링부터라고 기록되어있다. 이들은 동물 실험을 통해 중추 신경계 부위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 기관의 연동 운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관찰하게 된다. 즉, 소화기관은 중추신경 즉, 뇌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7. 소화기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 위는 단순히 음식물을 보관하는 기관은 아니다. 큰 음식물의 덩어리를 개고 섞어서 작은 분말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위 다음 단계의 소화 기관인 소장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 음식물 덩어리가 큰 채로는 절대 위를 통과해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위는 음식물을 저장할지, 혹은 개서 반죽을 해야 할지, 휘저어야 할지 혹은 소장으로 내려보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소화 기관의 활성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가끔 가다가 정반대의 일을 할 때도 있다.

 

8. 뇌의 주요한 기능이 정신 질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상식수준이다. 따라서 중추 신경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소화 기관의 기능도, 역시 중추 신경계가 정신적인 질병을 다룰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가 역시 소화 기관의 이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거식증, 폭식증 등이 바로 그것이다.

 

9. 흥미로운 것은 어떤 종류의 성격 장애는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항문 조임근을 조절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것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깐깐하다거나(anal-retentive) 강박증이 있는(obsessive)성격이라는 말은 의학에서 시작되어 문학이나 일상용어로 넘어간 경우다. 따라서 신경성 소화기 질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대중사이에 스며들어갔다.

 

10. 이 책을 옮긴이 김홍표 교수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소화 불량이라는 말은 다른 영역에서도 간혹 사용된다. 가령 전 지구적 소화 불량은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산소량을 설명 할 때 등장한다. 대량의 유기 물질, 즉 식물체가 산소를 소모하지 않은 상태로 매장되었기 때문에 산소의 양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또 세포의 소화 불량을 얘기하기도 한다. 세포가 어떤 세포를 잡아먹고 미처 소화하지 못한 것이 식물의 엽록체이고 우리의 미토콘드리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진짜 소화 불량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제 거숀 박사를 따라 우리 몸의 외부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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