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 스스로 일하게 하는 회사 주켄공업 이야기
마츠우라 모토오 지음, 이민영 옮김 / 지식공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선착순이라 ?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안다. 선착순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벌써 코 밑으로 황토 흙 내음, 먼지와 뒤섞인 풀 내음이 코 밑에 알싸하게 느껴진다. 죽기 살기로 뛰었던 선착순.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선착순은 괜찮다. 맘에 든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선 학력도, 경력도, 나이도, 성별도 필요 없다. 이력서를 써가도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다. 초임은 일차적으로 나이에 맞게 책정된 후 그 후 근무하면서 조정된다. 첫인상? 별로 신경 쓸 일 아니란다. 노랑머리도 좋고, 피어싱도 오케이다. 일하고 싶은 의욕만 있으면 된다. 일은 배우면 된다. 그리고 결과는 대체적으로 좋다.

일반적으로 사장은 직원들이 제 몫을 못한다고 투덜댄다. 좀 더 솔직한 표현은 제 밥값도 못하는 것들이라고 타박한다. 직원들이 최대한 능력발휘를 하고 못하고는 경영자의 마인드에 좌우되는데 그걸 모르는 경영자들이 많다. 문제 부모 밑에서 문제아들이 양육되어진다는 것은 너도 나도 아는 사실 아닌가?

저자 마츠우라 모토오는 1935년생. 2010년 현재 나이 76세. 아직 왕성한 현역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체 주켄 공업의 창업자이자 경영자로 1965년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저자의 경영철학이 아름답다. 그리고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 책임감은 본인은 물론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책임, 그 사회와 나라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회사는 사원들에게 안심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저자가 부언 설명해주고 있는 ‘안심’이란 매일 정해진 날에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나아가 지속적인 고용이 보장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희망’은?  희망이란 매년 반드시 연봉이 늘어난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때에 따라서가 아니라,‘반드시’이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상사의 평가나 판매 성과에 따라 매월 수입이 늘거나 준다면 늘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실제로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저자의 회사에서 만드는 초정밀 기계부품은 내게 생소하다. 육안으론 잘 보이지 않는 세계최초 〈100만분의 1그램 기어 휠〉이 현재는 실용성이 없다지만 지금처럼 과학의 발전이 빠른 템포로 나아가는 상황에선 조만간에 꼭 활용이 되리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SF영화 또는 만화영화에서나 보았듯이 인체 내 혈관을 따라 돌면서 이상 징후를 포착, 진단, 치료까지 기능한 나노 마이크로 로봇에선 충분히 쓰일 수 있는 부속이라 생각이 든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가능성을 조립하는 꿈의 회사 주켄’이 창업되기 전 저자를 경영자의 길로 이끌어준 사람들과 시간들을 적고 있다. 아울러 저자가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2부는 지난 45년간 위기의 파고를 넘어 주켄 공업을 이끌어온 마츠우라 사장이 미래의 경영자들과 현 (중소)기업경영자들에게 주는 경영조언이다. 일본의 기업 경영사정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얻는 바가 그만큼 크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식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 도요하시에서 최고의 아니 유일한 재즈 트롬본 연주자 이였다고 한다. 고교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밤무대를 뛰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출근하면서 ‘말단 사원시절부터 사장처럼 일했다.’첫 직장 출근 에피소드 속에서 저자의 성품과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책상이나 사무용품을 비롯하여 서툰 주판대신에 쓸 전자계산기(당시에는 상당히 고가)따위를 저자의 돈으로 구입해서 출근했다. 책상이 들어오자 임원부터 부장, 과장, 여사원까지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고 한다. 회사에는 한 대도 없는 최첨단 철제 책상인데다 전무가 쓰는 책상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회사에서 쓰는 책상을 자기 돈으로 사들고 입사한 사원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아마 앞으로도 없을 듯). 단순히 저자의 ‘치기’였을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음악밴드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밴드는 1인 기업이다. 생계도구인 악기를 모두 자기 부담으로 구입해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무용품 일체를 갖추어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란다.

책의 후반부에서 주는 경영조언은 굳이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들이 많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처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 최고가 아니면 도전하지 말라는 것,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 전에 재무구조부터 탄탄히 다질 것, 실패한 경영자의 공통점은 빈약한 재무지식에 있는지라, 경영자의 빠르고 정확한 결단은 대차대조표에 달렸다고 강조하는 점은 새겨둘만한 내용들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자세와 선명하게 비교되는 내용이 있다. 저자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내실을 다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수차례 역설하고 있다.  2009년으로 개업한지 44년째를 맞이하는 주켄 공업. 그동안 적자를 기록한 해는 딱 두 번으로 개업 첫해와 오일 쇼크로 발생한 1973년뿐 이라는데, 배당과 임원상여금은 한 번도 지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번역이 잘 못 된 것일까? 배당과 임원상여금을 한 번도 미지급한 적이 없다는 내용. 즉, ‘미’자가 빠진 것은 아닌가? 그러나 좀 더 읽어보니, 잘 못 된 내용이 아니었다.

국내 일간지 경제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들은 어떤가?  1년에 수백, 수천억씩 적자를 보면서 국민들의 귀한 세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채워져야 하는 일부 공기업들. 주인 없는 회사들. 책임질 사람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는 회사들. 아무리 적자라도 임원들 배당금과 직원 상여금이 지출의 우선인 기업들. 눈먼 돈에 눈은 물론 마음까지 멀어져가는 딱한 사람들. 이 분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겸허한 마음으로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이 주는 조언을 받아들이며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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