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겨울, 북콘서트 자리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 가족이 있었다. 대기실에서 그 가족의 얼굴을 실제로 본 이들은 일순 숙연해졌다. 뭐라 잘 설명할 순 없어도 그동안 버텨오신 날들의 이력이 두 분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였다. 가장이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견디며 보낸 몇 년과 아내가 생활을 꾸리며보낸 몇 해, 엄마아빠의 투쟁 현장을 따라다니며 아이가 보낸 나날의 세목은 다른 듯했다. 하지만 세 시간 다 보통 시간이 아니었을 거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북콘서트 2부 때 두 분은 고통을 나누는 과정과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두 시간 남짓 주최측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을 때 사회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중략) 이윽고 이창근씨 아내인 이자영씨 차례가 왔을 때, 그녀는 누구도 건너본 적 없는 시절로 혼자 돌아가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었어요.”

 

  그 말 앞에서 나는 좀 놀랐다. 그리고 또 ‘놀랐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철저히 그녀의 고통 바깥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한들 세상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과 그 고통이 담긴 타인의 몸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자영씨는 여기서 어떻게 더 노력하라는 건지, 어떻게 더 힘을 내라는 건지 알 수 없어 때때로 절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녀의 대답 속에선 황량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의 무관심과 폭력 속에 홀로 버려진 느낌을 받을 때 그 시간에 잠겨본 자만 알 수 있는 외로움이었다.

 

  그런데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나는 비슷한 장면을 봤다. 바닷물에 맨발을 담근 채 쪼그려앉아 울고 계신 분의 뒷모습에서였다. 한밤중 ‘우리 아이들을 빨리 꺼내달라’고 진도에서 청와대를 향해 어둡고 캄캄한 길을 십여 킬로미터나 걸어간 분들의 초조 속에도, 파도가 거세게 이는 바다를 향해 ‘힘없는 엄마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 미안하다’고 외치던 분의 울음 속에도 그런 한기가 있었다. 보통 사람은 가늠할 수 없는, 표현할 수도 없는 거대한 외로움이 그것이었다.

 

[눈먼자들의 국가]에서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20대 국회에 오는 6월 8일, 41만 6천명의 서명을 받아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 입법청원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까지 많이 모자라다고 하네요. (지난주까지 약 15만명).
 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세월호 조사까지 할 수 있도록 조사기간을 보장할 것, 성역없는 조사를 보장할 것, 특조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데요. 서명하셨다면 안 한 분들 동참시켜주세요.

링크 참조해서 서명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서명: https://docs.google.com/forms/d/12wFEU8xCJ47vsEZ3_OXZOiYjTqgQhVQ5oCu4-lYs52c/viewform?c=0&w=1

4.16 연대 홈페이지: http://416act.net/notice/1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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