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 소비자를 위한 유기농 가이드북
백승우 외 지음 / 시금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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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살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다.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고 싶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일손을 거든다. 얼마 전에는 자두 따는 이장님댁에서 자두 수확을 거들었다. 감 따는 것보다 훨씬 쉬웠지만 굽혔다 일으켰다 하는게 힘들었는지 엉덩이가 당겨 선별 작업조로 발령? 좌천 됐다. 이장님을 도와서 자두를 고르고 살짝 무른건 칼로 베어내 즙을 만드는 통에 담았다. 크기별로 선별기에 들어간 자두들이 노란 박스에 가득 찼다.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데 유통을 거치면서 무르거나 상할 우려가 있는 자두는 즙을 내는 통에 담겼다. 자두답게 달콤하고 살짝 말랑거리는건 즙을 내거나 아는 사람에게 줬다. 해사한 향을 내뿜은 자두들은 맛이 아닌 오랫동안 여러 단계를 거칠 수 있는지에 따라 선별했다.


 예전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요근래 먹거리에 더 관심이 생긴다. 도시처럼 현란한 소스와 양념으로 입맛을 들었다놨다하는 외식이 빈번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를 하다보니 좋은 재료야말로 그 자체로 완성형이란 생각이 드는 것. 퇴비로 키웠다는 고구마는 맹탕이라 샐러드를 할 수 밖에 없다. 대개의 야채들이 향이나 맛이 없다. 토마토는 선별을 해야해서 익기 전에 딴다. 황교익씨는 다 익은 맛과 향이 풍부한 토마토를 먹었으면 좋겠어서 그런 바람을 여러차례 유통상인이나 판매상인에게 얘기했지만 답은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선별하지 않은 토마토를 가판에 놓으면 누가 작고 못난 토마토를 고르겠냐는 것. 생산자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크고 빛깔이 좋고 모양이 예쁜 것을 고르는 소비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직거래를 해서 믿음을 주고 받고 얼굴있는 거래를 하면 어떨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지금의 유통구조가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는 농가와 밭떼기란 형식으로 농산물 생산량이나 수요에 따라 헐값이 되는 구조는 정말 아니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직거래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사처럼 불확실한 분야에서 중간 상인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개별적으로 충당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농부가 주는대로 먹는 꾸러미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식단을 꾸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유기농, 생협활동은 초기에 협동과 연대, 얼굴이 보이는 농산물 직거래, 농사꾼은 소비자의 안전한 밥상을, 소비자는 농사꾼의 살림을 책임지는 방식의 사회운동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이때는 결품이 있어도 물건이 기대치에 못미쳐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유기농쪽으로 다양한 소비자층이 몰리면서 애초의 사회적 성격 대신 유기농 역시 소비하는 쪽으로 흐르고 말았다. 관행농처럼 농약과 화학비료는 쓰지말되 빛깔과 모양은 그럴싸해야한다. 생협 등이 땅을 살리고 농부를 살리는 애초의 성격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우선하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변모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소외되고 말았다.


 오랫동안 유기 농사를 지은 분과 유통을 맡은 분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쉽게 돈 쓰는 권리에 젖은 나 같은 소비자들을 뜨끔하게 한다. 


 내 가족만 생각한다면 그냥 일반 농산물을 먹는 게 낫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만 골라 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걸로만 아무 때나 사 먹겠다는 방식으로 농사꾼들에게 애를 먹이고 있다.


 우리 농업의 소중함, 유기농업의 가치에 대해 깊이 알고 우리 농업 환경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 결품이 나는지, 농산물 상태가 왜 안 좋은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최대의 이윤 추구를 위해 어떤 것이든 훼손하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가치 소비, 공정무역 등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관되고 균일한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은 '가치'에 방점을 찍은 경험이나 소비가 간혹 불편하기도 하다. 최근에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모할 수 있도록 조성된 까페를 이용하면서 콧물을 훌쩍이는 한 친구가 빵을 굽는걸 보고 맘이 불편했었다. 마트보다 작은 상점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유통기한을 일일이 확인하고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가격이 비쌀 땐 고민이 된다.


 책에서 잠깐 소개한 안철환 선생님의 자연농 이야기를 들으며 싱그럽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란 채소들을 상상한다. 귀농학교 다닐 때 자연농으로 키운 양배추의 아삭함과 참외의 생생한 향을 여전히 기억한다. 그런 먹을거리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소비자이기 전에 동시대를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때때로 손쉽고 습관적인 선택을 한다. 계속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하고 응원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비료 팍팍 주고 농약 팍팍 쳐! 그리고 잘 골라서 보내
진짜 가족의 건강을 위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걸 원한다면 식량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을 회복시키고 농업을 1차산업의 지위로 되돌려 놓는 것에 합의하고 강력한 사회적 힘을 만들어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혁명적인 발상과 실행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성과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세금을 들여 길을 닦고 신호체계를 정비하고 면허를 쉽게 딸 수 있도록 제반 법규를 정비하고 주유소를 어디나 지을 수 있게 제도를 바꾸고 석유화하간업을 키우는 등, 전 국민의 동참으로 단시간에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업체를 만들어냈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못할 일은 아니다. 단지 안 할 뿐.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부족한 건 우리의 상상력이지 현실적인 장애물이 아니다.

친환경성은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속성. 생활철학, 생활 과정 등을 찬찬히 살펴봐야 비로소 이 사람이, 혹은 농산물이 환경 친화적인지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은 개념적 가치. 유기성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속성이다. 유기농업은 유기성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며 유기농산물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가치가 충분히 구현됐다고 인증된 먹을거리이다.

‘책임지는 소비’란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를 말한다. 소비자가 가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더 나은 사회와 생태 환경을 만드는 일과 같다.
물질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유기농의 사회적 가치는 점점 퇴색하고 책임지는 생산자들의 동기도 변할 수 있다. 생산 현장과 생산과정을 모르쇠하고 결과물에만 집착할 경우, 유기농업이 갖는 가치나 사회적 이여는 사라지고 단지 부유한 소비자의 특별한 소비 욕구를 만족하게 하는 값비싼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 수도 있다.

식용유는 물리적인 압착 방식보다는 석유에서 만들어진 핵산을 이용해 기름 성분을 녹여내는 추출법으로 만들어진다. 콩이나 옥수수 등을 잘게 부순 후 핵산이라는 유기용매를 이용해 추출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탈검 공정, 가성소다를 이용한 탈산 그리고 탈색, 탈취 공정을 거쳐 투명하고 깨끗한 기름이 나온다. 식용유는 깻묵처럼 유박에 해당하는 많은 영양 물질과 항산화 물질, 레시틴과 같은 유용한 물질들이 제거된 깨끗한 이름 용액일 뿐이다.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에는 인간의 몸에 좋은 오메가3 대신 염증과 혈전을 일으키는 오메가6가 많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화시켜 인위적으로 만든 기름. 트랜스지방은 식물성기름을 고체화하여 산패 방지 효과와 조리의 편리성을 도모했지만 동물성 포화지방보다 더 나쁘다. 혈관에 쌓이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고 당뇨병과 암도 일으키는 것
저항성 전분. 감자를 섭씨 121도에서 1시간 가열하고 섭씨 4도에서 24시간 냉각하기를 세 번 반복해 소화가 늦게 되는 저항성 전분을 만든다. 소화하기 힘들지만 포만감과 맛은 느끼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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