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검사에서 시작한 선택과 고민의 정점은 예방접종이었다.















 모르는 게 좋았을텐데 의식있는 부모들?이 주변에 있는 덕분에 예방접종의 위험성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을 듣고 책까지 선물받았다. 예방접종 약의 낯선 성분에 수은이 들어있는지, DTP처럼 여러 백신이 합쳐진 것은 더 위험하다든지. 알아야하고 제대로 알고 있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책을 읽다가 포기, 나는 억척스런 엄마가 될 수 없는건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아는 언니에게 아이를 갖고 선택의 연속이었다며 이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을 했다. 기형아 검사에서 시작해 태아보험, 출산 준비물까지.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선택하고 알고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 언니는 '자아변형게임'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문제 말고 내 힘과 에너지, 방향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게임이라고 했다. 전에 한번 해본적이 있다. 그때 세웠던 초점은 '피곤함에서 벗어나 생기를 되찾고 싶다'는 거였다.


 그 당시 어깨가 너무 결리고 몸이 천근만근이어서 정말 죽을 맛이었다. 눈 다래끼는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피곤에 절어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보약이라도 먹어야하는게 아닐까 싶었고 운동을 해야하나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게임을 하면서 피곤함이 육체적인데 국한된 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그 즈음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던게 몸으로 나타난 것. 감정영역에서 유독 힘들었었다.


 이번에 게임할 때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좋은 엄마가 되게 해주세요.'라는걸 초점으로 잡았다. 같이 게임을 하는 분들이 물질영역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나는 내 수호천사 '힘' 덕분에 정신, 영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의식 영역에서 뽑은 칩들은 무척 벅차오르는 단어들이었다. 기분좋음, 생명력, 충만함, 분별력... 


 불안했다. 준비없이 덜컥 아이를 갖은 것 같고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을지, 내가 먹고 입고 사는 게 고스란히 아이한테 간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혹시 그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느라 정작 이 아이가 내게 왔다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아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a를 부모로 선택했다. 편안하고 고요한 뱃속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아이가 나를 선택해서 온 것에 대해 온전히 고마워하지 못했다는 것, 이 아이를 만나면서 담담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언니가 말했다. 우리가 아이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이가 우리를 선택했다고. 부모는 이 세계가 아이가 있던 곳보다 안전하고 살만한 곳이란걸 전해주면 된다고. 예방접종을 안 맞춰서, 혹은 맞춰서 잘못되는 건 어쩔 수 없는거라고. 모든걸 부모가 책임지려고 하는건 오만한거라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물론 태아보험을 내게 강권했던 친구를 만나서 현실적인 얘기를 듣는다면 또 다시 흔들릴지 모르겠지만.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아기는 요새 부쩍 힘이 세졌다. 발과 손으로 한번씩 배를 치는데 깜짝깜짝 놀란다. a가 배에다 손을 대면 새침하게 가만히 있다가 편안하게 누워있으면 다시 힘차게 움직인다. 나도 잘 모르겠고 내 불안과 걱정을 나 역시 책임질 수 없다. 하물며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니. 꼬물거리는 아이를 이렇게 지켜보듯 아이가 태어나면 옆에서 지켜봐주고 힘내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성향상 간섭하고 잔소리꾼 엄마가 될 우려가 크지만 안 그러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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