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시작하면 긴장이 된다. 어떻게 하면 철학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그리고 철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공부 방법 같은 것들은 없을까? (있다면) 를 고민해보기 때문이다. 워낙 강의라는게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스스로도 공부가 모자라서 대가들이 해줄 수 있는 그런 조언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추측해보건데, 철학은 상대적으로 공부를 위한 동기부여 같은 것들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유난히 진입장벽이 높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이것 역시 내 책임이며, 내가 좀 더 잘 가르친다면 이런 문제들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떤 수준에서는 교수법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학문 자체의 특성에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철학은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공부해도 돈과 떡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실용적이라고 우리가 느끼는 다른 학문들은 그것이 아무리 어렵다고 소문이 나도 다들 배워보려고 하지 않는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의존하거나 철학과 삶과의 관련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늘 힘들고 벅차게 느껴진다. 또 철학은 근본적인 것, 추상적인 것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그 근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추상적인 것들을 생각해야만 하며 더 나아가 문제의 지평이라고 불릴만한 사유의 역사들을 알아야지 이해하기 쉽다.
어쨌든 이런 고민들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빌어 해결해보고자 두 권의 책을 골라서 읽었다.
한 권은 <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2012)이고 다른 한 권은 <철학은 이렇게 공부한다>(2010)이다.
먼저 <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은 일단 분량이 적고 읽기가 수월하다. 그래서 인지 특별히 유용한 정보라고 할만한 것들이 많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철학공부를 위한 네 가지 습관은 1) 적극적으로 읽기 2) 적극적으로 듣기 3)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4) 적극적으로 글쓰기 이다. 마지막에는 특별히 "철학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 역시 특별하다기 보다는 우리가 시험을 준비할 때 늘상 하게되는 것들을(연습용 논술을 작성한다던가 하는 것들) 알려주고 있다. 글쓰기에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것이 '철학'에만 국한되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학술적인 글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은 모두 이렇게 써야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철학은 이렇게 공부한다>는 좀 더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긴 하다. 이 책이 위의 책과 다른 부분은 "노트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과 "자료"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철학사전에 대해서 안내해주고 있는 것은 꽤 유용한 것 같다. 물론 다 영어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철학 관련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열의를 가진 학생들이 찾아볼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꽤 좋은 것 같다.
두 책 모두 철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적어두고 있는데, 사실 어떤 용어(더 정확히는 개념이라고 해야할 것 같지만)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과정의 목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략한 지적 지형도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것은 좋은 시도인 것 같다.
근래에 한국어로 된 철학 사전들이 한 두 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 사전들도 번역을 한 것이지만, 그래도 이런 기초적인 이정표들이 많아질수록 공부하는 길이 쉬워지는 것 같다. 새삼 이런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철학만을 위한 특별한 공부법 같은 것들이 있고 그것을 소상히 안내해주는 책이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련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철학에 좀 더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노력들이 이어진다는 것은 참 고무할만한 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