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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연히 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니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가 10위권에 들어 있기에 깜짝 놀랐다. 십중팔구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검색해 보니, 무슨 TV 프로그램에서 추천 도서로 언급된 모양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였으니 뒤늦게나마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반갑기는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책이건 식당이건 간에 언론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우가 점점 흔해지는 것 같으니 일면 착잡한 느낌도 없지는 않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원더풀 사이언스> 자체가 번역이 썩 좋은 책까지는 아니어서, 그 서문에서부터 종종 황당한 오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부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 번역서를 오래 전에 사놓고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한 이유도 그래서였는데, 최근에 올라온 서평을 보니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분위기에서는 차라리 그의 전작 <여자>가 더 주목을 받아야 맞을 것도 같은데... 여하간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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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연구로 유명한 철학자 이을호의 전집이 올재/교보문고를 통해 무료 전자책으로 배포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호기심이 일어 다운로드해 보았다. 2000년에 예문서원에서 "이을호 전서" 전9권이 간행된 바 있었는데, 2015년에 이를 증보 및 재편집한 "현암 이을호 전서" 전27권이 한국학술정보에서 재간행되었고, 올재/교보문고의 전자책은 바로 이 최신판 전집을 토대로 한 것이다.(표지는 올재클래식스 특유의 주황색 디자인이지만, 그 외의 본문 편집은 한국학술정보의 전집 그대로인 듯하다).


원래는 작년 11월의 일정 기간 동안에만 교보문고를 통해 무료 배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도 교보문고 전자책 앱을 깔면 전권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전집 간행 이전에 나온 이을호의 다산 관련 단행본 몇 권을 갖고 있던 참인데, 저서뿐만 아니라 사서, <논어고금주>, <간양록>, <동의수세보원> 번역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학술정보의 기간 전집은 전권 정가가 90만 원에 달하고, 그나마 몇 권은 이미 품절 상태이니 전자책으로나마 전권을 갖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을호의 아들이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 방대한 전집의 간행도 과거의 문집 간행처럼 선친의 명예를 위해 시도된 사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올재와의 인연은 이을호 번역의 사서 가운데 몇 권을 염가판으로 간행했던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내용을 살펴보니 <여유당전서>를 <여우당전서>로 잘못 표기하는 등의 오타가 눈에 띈다. 올재보다는 한국학술정보의 잘못일 터이지만, 이처럼 편집이 정밀하지 못한 것은 옥의 티일 수밖에 없겠다.


[*] 얼마 전에 읽은 <연민 이가원 평전>을 보면 한학자 이가원도 본인의 저서를 생전인 1980년대에 직접 전집으로 편찬해 주위에 무료로 배포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단행본을 발표하면서 비록 출판사는 달라도 매번 "전집 제00권" 하는 식으로 일련번호를 이어 나갔던 모양이다. 옛날 선비 같은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 보니, 이런저런 글을 써서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묶어서 단행본으로 간행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후에 제자들이 연민학회를 만들고 학술지를 간행하는 등의 노력을 해 나가고는 있지만, 정작 이쪽은 아직 증보판 전집이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평전을 뒤져 보아도 저술 총목록을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쩌면 다른 기념 문집이나 연구서에 수록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주요 도서관을 검색했는데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답답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을호 전서 전자책을 보니 연보가 상당히 자세히 정리되어 있기에 자연스레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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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을 가리켜 <오디세이아>니, <천로역정>이니, <반지의 제왕>이라고 주장하는 홍보 문구를 읽고 나니, 문득 생쥐판 영웅서사시라고 할 만한 작품을 최근에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데이비드 피터슨의 "마우스가드" 시리즈인데, 그중 한 권의 표지에는 <스튜어트 리틀>과 <반지의 제왕>의 혼합물 같다는 누군가의 평가가 실려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동물의 의인화와 축소판 세계의 아기자기한 모습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를 닮았고, 웃음기 없는 진지한 내용은 <반지의 제왕>을 닮았다고 해야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이 시리즈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역시나 일촌법사와 바로워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사물을 축소판 세계의 관점에서 새롭고도 낯설게 바라보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뱀과 게와 올빼미 같은 각종 괴물이며 난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생쥐들의 모습은 진지한 만큼이나 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마우스가드" 시리즈는 호메로스 서사시의 패러디인 "생쥐와 개구리 전쟁"이나, 포프의 "머리타래 약탈"로 대표되는 모방서사시의 전통을 계승한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 "겨울편"의 서두에는 <다이노토피아>의 저자 제임스 거니의 추천사가 들어 있다. <다이노토피아> 역시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가상 국가이기는 하지만, 그곳은 축소판 세계까지는 아니고 오히려 현대 문명에서 대형 기계가 차지하는 자리 가운데 상당수가 공룡으로 대체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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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탄절에 "워터쉽 斷崖"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이에 맞춰 기존 번역본도 새로운 표지로 바뀌어서 재간행된 모양이다. 분권은 여전히 판매 중인데 양장 합본은 절판이고, 대신 반양장 합본이 나오면서 제목도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서 원제인 "워터십 다운"으로 줄어들었다. 1975년에 축약본인 "워터쉽 斷崖"가 나왔다가 1990년대에 "워터십 다운의 토끼"가 나오고, 2000년대에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가 나오고, 2010년대가 저물어갈 무렵에 "워터십 다운"이 다시 나왔으니, 비록 연속적이지는 않아도 비교적 꾸준히 판매되는 책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은 예고편으로만 봤는데, 컴퓨터그래픽이 기대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은 듯해서 굳이 찾아 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드라마용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용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는데, 차라리 1978년 작처럼 전통적인 방식의 애니메이션이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이 소설 제목을 들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78년 작의 삽입곡인 아트 가펑클의 "Bright Eyes"이다.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뭔지도 모르고 노래로만 알았다가, 애니메이션임을 뒤늦게 알고서 "깜놀" 했던 기억 때문일까...



[*] 그나저나 책 소개 글 가운데 "토끼판 <오디세이>와 <천로역정>, <반지의 제왕>과 함께 영국 판타지문학의 계보를 이을 현대의 고전"이라는 문장은 뭔가 좀 이상해 보인다. 추천사와 책 소개 글 가운데 이 작품을 호메로스의 버니언의 작품에 비견한 것도 있고, 톨킨의 작품에 비견한 것도 있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한 문장에 우겨넣으려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또는 오독의 여지가 있는 문장이 되고 만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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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frame/page라는 특이한 이름의 출판사에서 쥘 베른의 <녹색 광선>을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놓았기에 그것 참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녹색광선이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을 <녹색 광선>과 상당히 비스무리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혹시 같은 출판사인가 싶어서 내가 가진 <녹색 광선> 판권과 알라딘 미리보기의 <미지의 걸작> 판권을 대조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같은 회사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물론 <오래 된 미래>의 경우처럼 책 제목이 출판사 이름으로 재활용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례는 회사명만이 아니라 책의 판형과 디자인까지도 유사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 또 내후년쯤 가면 미지의걸작이라는 신생 출판사에서 위고의 <사형수 최후의 날>을 역시 유사한 모양으로 내놓고, 또다시 몇 년 뒤에는 사형수최후의날이라는 신생 출판사가 나타나기라도 하려나? 참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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