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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 내 생애 마지막 영어 공부법
고수민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영어 공부에 관한 책들은 개인 실력차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다고 설명을 해도 사실 자신에게 적합한 지를 확인하기란 쉽지가 않다. 해서 단적으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서평자의 영어 실력이나 학습 정도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자동차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다. 토익은 최근 점수가 800점 정도이고 영어는 대학원 때까지도 토익과 원어민 회화반을 오래 다녔다. P학원에서 원어민 회화반의 Advanced반을 마쳤으니 학원에 갖다 바친 돈만 수십만원에 달할 것이다. 내 영어의 수준은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일정한 주제로 토론을 할 때에는 다소 대화가 끊기는 경우가 많은 정도이다. 회사에서 기술 용역 업체의 엔지니어와 의사소통 시에는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원하는 대화를 주고 받는 수준의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하다.
입사 이후로는 토익같은 어학시험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낮아졌지만 이따금씩 접하게 되는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좀더 자연스럽게 내가 의도한 대화를 유창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아직도 크다. 또한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빠르게 접하게 되는 새로운 기사나 뉴스를 접하면 직독 직해 내지는 직청 직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문제는 대학원 때까지도 쉬지 않고 했던 영어 공부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가 하는 점이다. 내가 느끼기에 내 영어는 어느 한계선을 넘은 이후로는 계속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았고 사실 그 이유가 직장 생활을 한 이후에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외엔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이 '뉴욕의사'를 알게 되었다.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제목만 보면 시골의사 박경철의 유명세를 탄 것 같은 컨셉트의 책인 것 같다. 블로그 뉴욕에서 의사하기의 고수민을 모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이 블로그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적이 있다면 이러한 편견은 금새 사라질 것이다. 이 블로그를 알게 된 건 1년이 채 안되지만 새 포스팅이 올라오면 출력해서 읽을 만큼 좋은 내용들이 많은 사이트다. 이 블로그의 주인이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출판하자마자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저자는 말한다. 영어배움에 왕도는 없다고. 어학은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행위를 고르게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을 건너뛸 수 있는 편한 방법은 없다고 못박는다. 그는 단지 가장 효율적인 방법들이 있을 뿐이며 이러한 방법들은 이미 영어를 공부한 선배들의 노하우가 공개되어 있으며 사실 자신은 이 책에서 이런 노하우들을 정리한 것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사실일지언정 지나친 겸손이다. 그의 정리는 영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중도에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바이블이 될 법하다.
돌이켜보면 내 영어가 늘었던 시기는 힘겹게 원어민 회화 고급반에 들어가 70% 밖에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허덕이며 말을 더듬어 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실전 문제집을 풀어대며 오답을 외우던 토익 공부 교재를 통해서는 더더욱이 아니다. 그것은 단어와 문법과 독해, 그리고 팝송을 함께 들으면서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기와 처음 영어학원을 갔을 때 기초반에서 1.5세대의 이민자였던 강사가 여러 상황에서 영어로 표현하는 법을 정리해주었던 1년 남짓한 수업시간, 그리고 직장에서 틈틈이 듣고 말하는 것을 반복했던 CNN뉴스 교재를 통해서였다. 결국 자기 수준에 적합한 교재를 가지고 규칙적으로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전영역에서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실력이 늘었던 것이다.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이런 수준의 노력이다.
나도 저자처럼 영어 공부를 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공부 방식 중 몇 가지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는 듣다 보면 들리고 나중엔 말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말할 수 없는 문장은 영원히 들리지 않는다. 물론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조금씩 더 들리는 단어들이 생기긴 하지만 결국 그건 대충 들리는 것일뿐, 나만의 문장으로 시의적절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그 문장의 어휘, 문법, 관용 표현들을 숙지해야 한다. 결국 그런 이해력과 표현력이 보장되어야 동일한 말들을 알아 들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영어 학원은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력확인을 위해서만 유효하다는 것이었다. 사전에 실력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거나 회화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고 복습하지 않으면 학원에서 배우는 1-2시간은 그저 실력 확인 내지는 현지인과의 practice 이상이 아니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기존의 방법을 고수했고 저자는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고 분석하고 개선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영어를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영역에서 고르게 공부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언어 연수나 그게 어려우면 원어민 영어회화를 하거나 문제집을 풀거나 혹은 안들리는 영어 CD를 죽도록 들으면 귀가 뚫린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이 자신의 영어 실력에 적합하지 않거나 따로 각 영역에 대한 공부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저자는 명백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아가 이 각 영역의 가장 좋은 영어 공부 방법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는 그에게서 이미 증명된 방법이면서 나의 영어 공부여정을 보더라도 몇 안되는 실력 향상의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고박사님의 조언대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한다. 5년을 목표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