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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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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 라고 적는다. 평범한 그 이름이 지금의 내겐 전부다. 다른 일은 없다. 그저 어린 두 아이를 챙겨 먹이고 무탈하도록 돌봐주는 일에 내 시간의 대부분을 쓴다. 그러다 내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닌 듯해 슬프고 아플 때가 많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밤12시를 넘어야 하지만 아이들을 재우다 함께 잠드는 날은 그것조차 건너뛰어야 한다. 3월 한 달 가까이 정형외과를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다. 마음이 고단한 것이 몸으로 번지고 있는 것일까. 어제부터는 눈이 심상치 않더니 약국에 들러 다래끼 약을 사야했다. 불편한 눈 때문에 거울 앞에 섰다. 내가 그토록 참혹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도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울까. 나만 요란한 것은 아닐까. 왜 이토록 연약하고 못났을까. 좀처럼 표정이 밝아지지 못했다. 하루하루를 어제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지냈다. 그나마 빠르게 지나가는 날짜만이 고마웠다.

 

그 시간들 가운데서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를 한 장, 한 장 명상하듯 읽었다. 동시에 '나'라는 책도 함께 펼쳤다. 고통은 읽으면 아름답지만 견뎌낼 땐 너무나 버겁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삶의 길을 돌아보며 나는 이토록 작은 점에 불과한데 무얼 더 얻으려는 마음으로 늘 복잡하게 살아왔는지. 내가 사소한 것에 매달리며 힘을 빼느라 정작 그 힘이 필요한 곳에서는 우울해하며 좌절했던 것은 아닌지. 시작부터 책은 내 시선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바로 ‘지금’, ‘나’ 에게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정호승 작가가 7년 간 시간의 힘으로 얻은, 자신에게 용기를 준 영혼의 양식들은 작가 스스로의 말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하신 말씀, 존경하는 스님이나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또 작가나 선현들의 말씀이나 속담 등이기도 하다. 그 말이 작가에게 깊은 용기로 다가올 수 있었던 일상 이야기와, 그 깨달음이 작품으로 어떻게 이어져 어떻게 쓰여졌는지도 읽어볼 수 있다. 시집 밖에서 그의 시를 이야기와 함께 읽으니 더 애틋하고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다.

 

 

분노는 벌레처럼 저를 갉아먹습니다. 어떠한 분노든 제 인생을 쓰러뜨립니다. 분노에서는 제 인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긍정성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는 단 하루라도 분노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p.107, '해가 질 때까지 분을 품지 말라' 중에서

 

인생의 장미도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고통과 절망의 가시에서 향기가 납니다. 장미의 존재성이 아름다운 꽃에 있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가시에 있듯이 내 삶의 존재성도 바로 고통에 있습니다. 실패의 고통 없이 성공의 기쁨만을 원한다면 가시 없는 장미를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장미라면 내게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합니다. -p. 126,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 중에서

 

고통을 극복하려는 것은 고통에 대한 저항의 자세입니다. 그런 자세를 지니면 지닐수록 고통은 더욱 고통스러워집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견딤의 자세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받아들이지 않고는 고통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p. 162,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는 것이다' 중에서

 

 

76개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알면서도 몸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삶의 방향을 담고 있다. 삶의 소박함과 겸손함 -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여 나아가면서도 늘 겸손하며, 분노에 힘을 쏟는 어리석음을 피할 것. 고통 없이 삶은 나아갈 수 없고 행복도 꾸려질 수 없으니 고통은 받아들이며 행복엔 매달리지 말 것. 지나간 일과 앞선 걱정보다는 지금에 집중하여 삶을 살아갈 것에 대한 지침들. 그것만이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을 가져다준다는 것.

이토록 많은 깨달음 속에 놓인 작가도 작은 바람에 휘둘릴 것을 두려워하며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어느 곳에 마음을 쏟아야 하는 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책 앞에서 내 '지금'을 돌아다본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에 관한 피하고 싶던 생각들을 꺼내어본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삶의 길 위에서 나보다 앞서 걸어가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애물이 있는 곳이나 돌아가야 할 길, 거기서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와 쉬어가는 여유를 배우며 나만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볼 마음을 정비하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이루기 위해서 나는 보다 짙은 삶이 묻어나는, 에세이 책을 읽는다. ~해야 한다, ~해라 하는 명령조의 문장을 버린 작가의 겸손한 문장에서 삶과 경험과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책. 그것은 때로 나를 꾸짖고 부끄럽게 하며, 깊은 공감으로 내 안에 들어와 겸손하고 소박한 마음을 갖게 한다. '내 인생'에 대한 애착과 느긋함을 갖게 하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할 용기를 준다. 내게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는 그런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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