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의 비밀 1 - 쾌락의 정원
페터 뎀프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보쉬의 작품 쾌락의 정원에 대한 비밀을 밝히려는, 아니 밝혀지지 않기를 원하는 신부가 그 그림에 산을 뿌리고 그것을 복원하는 미술 복원가에게 그림은 맡겨진다. 그때 한 여인이 심리학자라고 소개하며 나타나 그 신부와 이야기를 해보기를 청한다. 그리고 그 신부는 보쉬가 그 쾌락의 정원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중세와 현재를 넘나들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지다. 쾌락의 정원에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그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하는 점이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은 세폭화지만 정말 자세히 설명한 것을 보다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림 자체만을 보더라도 정말 그 시대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면서 환상적이다. 아마도 그런 점이 세간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떠면 이 작품 속 이야기처럼 화가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로 그림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고.

그림을 그림 자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화가가 살았던 시대가 암울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종교재판소가 누구든 이단으로 몰고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할 수 있었던 시대에 지금의 사람들이 봐도 특이한 그림을 당시에 그렸으니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시대든 천재는 존재하는 법이니 보쉬도 천재이거나 상상력이 그 시대보다 앞서서 풍부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단지 그 시대 사람들과는 좀 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그림을 모르는 무지한 독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쾌락의 정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그림을 구성하는 것들이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쾌락의 정원의 해설집과도 같기 때문이다. 작가 마음대로 해석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많은 미술사를 연구한 학자들이 해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쉬의 쾌락의 정원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해설집으로서의 가치는 인정한다. 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림과 같이 보면 아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나 기존의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많은 그림 안의 것들을 세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실과 그것들 모두가 상징이라는 사실이 어지럽기만 하다. 그림을 그냥 보고 개개인의 느낌에 맞기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이 그림 참 독특하구나, 내 맘에 드는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만 간직하면 산다는 게 쉬울 텐데 왜 모든 것을 자신들의 틀 안에 끼우려고 하는 것인지. 보쉬가 그 시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어쩌면 한 가지 가치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은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보쉬가 그냥 무심코 그린 그림인데 후세인들이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이라면 지하에서 나와 “그냥 있는 그대로 봐라!”하고 외치지 않을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0-2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10-2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읽는데 불편하시군요. 한글파일 신명조체를 그대로 복사해오거든요. 고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