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목적 한국작가 미스터리문학선 1
김차애 지음 / 산다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마지막에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 묻는 것 같은 대사가 나온다. “세상 살기, 참 힘들지 않아요?” 김차애의 작품 안에 깔린 것들을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이 대사 한마디로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대부분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이 주인공이다.


남자 작가들이 마초 같은 남자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여자들을 깔아뭉갤 때, 또는 여자 작가들이 이런 남자 작가들의 글을 답습한 듯 여자들을 똑같이 등장시킬 때 참 많이 분개했다. 그들의 공식에서 여자는 피해자고 남자는 범인, 아니면 기사다. 여자는 남자에 의해 상처입고 남자에 의해 구원받는다. 매일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왜 반대는 없나를 생각했다.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같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작품이.


나는 김차애의 작품에서 이런 점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역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사랑”이었다. 여성과 사랑은 뗄 수 없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그들을 팜므파탈이라 부르지 않는다. 상처 입은 자들의 구원의 손길은 의도된 악의가 아니므로.


<살인 레시피>와 <살인의 향기>를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꼽고 싶다. 여성적인 요리와 향수를 가지고 만든 근사한 만찬이었다. <열대어를 사랑한 남자>만이 다른 색깔을 나타내고 있어 튄다. 하지만 이 작품과 다른 작품들을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김차애는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까지 자기만의 색깔로 포장해서 완벽한 완성품을 만들려면 가지치기와 감정 억제가 필요하다. 왜? 라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복수나 보복이 아닌 진짜 사랑을 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더욱 고통스러워지겠지만 좀 더 고통을 참고 바닥까지 뒤집어주길 바란다. 조금만 더... 그럼 진짜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대부분이 본 작품들이었지만 보고 또 봐도 근사한 작품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 작가의 이런 단편집을 만나기란 흔치 않은 기회다.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우리나라에도 김차애가 있다! 작가의 장편을 기대하고 있다. 독자를 멋지게 한 방 날려 주시길. 세상 살기, 참 힘든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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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1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은 정말 전문 리뷰어의 경지에 드신 듯.
책 검색해 보니 작가의 말도 솔깃하네요.
일단 땡스투.^^

물만두 2006-09-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읽어보세요. 이 작가 참 매력적인 작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