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남
슈도 우리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책 제목에서부터 약간 떨어진다. ‘뇌남’이 뭐냐고요. 한자겠지만 적어도 우리식의 제목을 정할 때는 독자가 어느 정도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그 어떤 제목처럼 제목으로 스포일러 내라는 얘기는 아니다. ‘腦男’ 이걸 그대로 적을 필요는 없었다는 뜻이다.

 

‘감정이 없는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작가가 의도한 것은 이 점을 드러내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럼 폭파범을 빼고 ‘뇌남’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추리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폭파범과 경찰과 사건은 왜 필요했던 걸까? 작가에게 묻고 싶다.

 

폭파범의 공범을 잡고 그의 정신 감정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 추적 과정과 다시 나타난 폭파범의 협박에 대처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래서 이 작품 별로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망설이다 읽었는데 거의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뻔 했다.

 

작가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첫 등판에 완봉승을 거둘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가는 상에 어울리지 않게 소재만 좋았지 신인임을 여기저기서 마구 들어내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풀어내는 과정과 갑자기 그냥 사라지는 경찰을 보면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우선 관점이 너무 분산되어 있다. 누구의 관점에서 볼지는 둘 중 선택을 했어야 했다. 아님 주연과 조연을 명확하게 만들던가. 처음 스타트는 경찰이 끊었다. 그럼 계속 경찰의 시각으로 가던지, 중간에 정신과 의사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 타당성은 있다. 하지만 그럴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정신과 의사를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은 조연으로 빼고.

 

그리고 스즈키의 문제가 있다. 이걸 잘 풀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양을 쏟아내고 마무리하려니 벅찼다는 느낌이 든다. 그게 그리 간단하게 끝날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말이 너무 밍밍했다. 과정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는데.

 

소재가 참 신선했는데 그 소재를 신인이 다루다보니 용두사미가 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봐줄 만은 했다. 작가가 언젠가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수정해서 제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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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9-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남이라니;; 한자를 보지 않으면 무슨 제목인지 전혀 모르겠군요 -_-;;

물만두 2006-09-1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그러니까요 ㅡㅡ;;;

똘이맘, 또또맘 2006-09-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도 별룬가 봐요... 이책.

물만두 2006-09-1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또또맘님 좋은 작품되려다 말아서 더욱 그래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