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말로센 시리즈 1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말로센 시리즈 1편을 오래 동안 기다려왔다. 우리나라 출판문화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약간의 배려도 없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나는 3편부터 봐야 했다. 이 작품 마지막에 자보 여왕이 등장하는 <산문 파는 소녀>를. 그게 언제 적 얘기인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아무튼 보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다.

 

말로센 시리즈는 추리적 요소가 등장하지만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리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말로센 일가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열린 마음과 이해가 필요하다.

 

언제나 다른 남자와 떠났다가 임신한 채 돌아와서 아이만을 남겨 놓고 다시 다른 남자와 떠나는 엄마, 그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뱅자맹, 엄마처럼 임신한 채 집에 온 루나, 점성술에 빠진 테레사, 사진 찍는 게 취미인 천사 클라라, 뭐든지 열성적인 제레미, 식인귀를 그리는 프티, 간질을 앓는 개 쥘리우스와 뱅자맹의 연인이 되는 쥘리아와 뱅자맹의 단짝 친구 테오와 그의 호모 친구들, 그리고 아랍인 식당과 그 친구들. 이들이 왜 말로센 가와 함께 하는 가를 이해해야만 이 시리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천성적으로 뱅자맹은 희생양으로 태어났다. 그의 엄마가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만 맡기고 다른 남자와 떠날 때부터 그의 운명은 정해졌고 그래서 그의 직업은 백화점에서 고객의 불만을 눈물과 자학적 연기로 처리하는 희생양이 되었고 그 모델이 잡지에 실리자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달래는 희생양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지만 언제나 단 한사람씩만 살해당하고 그 목격자는 늘 뱅자맹과 말로센 일가다. 왜 그들은 백화점에서 살해당하는 것일까가 이 작품 보게 되는 첫 번째 시작점이다. 두 번째는 사진이다. 말로센 시리즈에는 어김없이 문화적 장르가 등장한다. 문학이라던가, 영화라던가 하는 식으로. 나는 이 작품의 그 문화적 코드로 사진을 주목하고 싶다. 프티에게 주고 싶어 하며 즉석 사진을 찍는 테오의 등장과 라이카 카메라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클라라에게 준 점과 그리고 단서가 되는 사진들의 등장에서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이런 사람 한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어리석어보이지만 믿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주어지지 않은 것은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람. 세상에 말로센 일가가 있고 뱅자맹 같은 형이 있다면 산타클로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뱅자맹, 그의 존재가 바로 산타클로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선견지명이 있어 이 작품을 썼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탄생한 나라에서 부디 이 작품의 가치관을 다시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두가 이 작품을 읽고 뱅자맹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린 그동안 너무 포식자의 역할만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의미로.

 

시리즈는 진화하는 작품이다. 첫 작품은 읽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인연에 대해, 인과 관계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말로센 시리즈의 다음 2편이 나와 준다면 아주 고맙겠다. 그리고 이참에 같은 판형으로 몽땅 출판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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