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부제처럼 쓰여 있는 이 말은 이 작품을 다 읽은 지금에서 보면 같은 것을 보더라도 우린 제각각의 직접을 통해 제각각의 진실을 토해내는 인간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작품의 시작은 연쇄 살인을 암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지만 그 뿌리의 시작은 이미 오래 전에 뇌관처럼 묻혀있었다. 뉴욕에서는 시장의 아들이 죽고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서 물러난 전직 경찰인 시장의 동생이 형의 후원으로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 사건의 독특한 소재를 제공하기 위해 로마에서 범죄자를 쏜 것에 대해 재판을 받을 준비를 하던 경찰관이 애인과 함께 납치되어 애인은 살해당하고 그녀는 실명을 하게 된다. 각막 이식을 위해 뉴욕에 오게 된 그녀는 이식 수술을 받지만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한 사람의 기억이 각막에 남아 자신이 그것을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기증자가 살해당한 시장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두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손을 잡는다.

 

처음 이 작품을 볼 때는 이런 형식의 추리소설을 조금 많이 읽은 이유로 비슷한 작품이 색다른 소재를 첨가해서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소설보다는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볼만 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이지만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니 작가가 모든 인물을 쓸데없이 등장시키지 않고 적절하게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딱딱 맞춰서 배열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다른 작품을 보면 이 인물은 없어도 되는데 왜 등장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인자와 피해자, 뉴욕에서 발생한 일과 로마에서 발생한 일, 경찰과 변호사,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등 상대적인 관계를 자꾸만 반복적으로 짧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많은 우연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을 한다. 그 우연은 필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 대부분이 그때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으로 가슴에 후회를 남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비수를 겨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양날검의 후회와 죄책감과 하필이면 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상대방에게, 반대쪽으로 겨누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해피엔딩은 약간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요즘에 와서는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 또한 나름 괜찮다. 요즘의 스릴러물들이 과도한 반전과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서 눈길을 사로잡고 독자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들게 하는 점이 있다. 이 작품은 초기 스릴러물, 정통 스릴러물처럼 생각되어 처음에는 재미없게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재미있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마치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내 눈이 본 것만을 진실로 믿기 보다는 진실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고 내가 본 것이 참혹한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 참혹한 진실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보다 참혹한 진실을 뛰어넘어 더 큰 진실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내가 처한 상황만이 가장 참혹했다는 생각은 그 생각만으로,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일지라도 거짓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 눈이 진실을 알고 있다 생각된다면 이 책을 보시길. 같은 진실이 얼마나 다른 결론을, 다른 인생을 만들어 내는 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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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intt 2006-07-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저는 이 책을 사게 될겁니다.
별로 궁금한게 없는 사람인데, 전 참 물만두님이 궁금합니다.
지난 몇달간 서재를 따라댕기며 땡쓰를 찍어서가 아니라..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추리소설은 맥널리 시리즈였어요.
그는 참 허술하면서도 매력적이었는데..
그리고 세월 지나.. 이제 달라진 느낌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납니다.
감사드려요.

물만두 2006-07-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요^^;;; 저는 뭐 별 볼일 없는 백조라지요^^

2006-07-13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7-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자분들이 더 재미있어 하신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