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 정신세계사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읽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19세기 유럽과 프랑스 역사에 대한 지식과 동 시대 작품들에 대한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춰야 함을 알려드린다. 물론 몰라도 읽는데 지장은 없지만 알고 보면 재미가 더 극대화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시대, 반역을 주도하던 시위대 중 네 명이 잡혀 내일이면 단두대에 목이 잘리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간수장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 우두머리를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나오면 풀어주겠다는 제안이다. 비밀로 하고 말이다.


밤을 맞이한 네 남자는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추억할만한 한가지씩을 이야기하며 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들이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곳에는 악명 높은 도둑이 미리 자리하고 있어 네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 밤 그들이 풀어 놓은 이야기는 전혀 아름답지도 않았고 추억할 만한 가치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들을 전개해 나아갔다. 아버지의 부재와 누이의 추악함으로 인해 집을 나와 혁명단에 가담했다는 청년의 이야기, 쌍둥이 동생의 죽음으로 동생 대신 동생의 삶을 살고자 했다는 남작의 이야기, 어머니를 겁탈한 아버지를 찾아 죽이기 위해 군인이 되었다는 병사의 이야기, 그리고 자칭 시인의 미망인과의 로맨스와 자신을 따르던 그녀의 의붓아들의 자살 이야기까지.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모두 사실인지, 모두 거짓인지, 왜 그들은 혁명을 위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를 원하는 지 모두가 오리무중 새벽의 안개와 같이 한 올 한 올 풀어진다.도대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식 이 이야기 안에 작가가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 중 죄수의 딜레마에 의해 밀고하는 자가 나올 것인가. 밀고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풀려날까. 


마지막 결말로 향해 깊은 밤은 새벽을 빠르게 맞이하듯이 깊이 있는 책이 제법 잘 읽혔다. 하지만 마지막을 읽고 나서도 결말을 알고 나서도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는 파악하지 못했다. 쉽게 읽히지만 내용에 담겨져 있는 이중 복선과 많은 다른 작품에서의 차용과 은유 때문에 거리감만을 느끼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거의 품절된 작품이라 찾기 쉽지 않겠지만 찾는다면 그 노력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찾기 힘들다면 데카메론이라도 읽어보시길. 다시 출판된다면 더욱 좋고. 그때는 좀 더 역자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고 원서로 된 번역을 읽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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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1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들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