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첫 장에 등장하는 책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이야기들뿐이라면 비단 책만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위험한 것들을 살펴보면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 무언가 떨어진 것을 주우려고 몸을 수그리는 일, 화장하는 일, 책을 보는 일, 시디를 갈아 끼우는 일 등이라고 한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한다. 또한 집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많은 사고들도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아이들이 하드커버에 맞아 상처를 입거나 종이에 베이거나 하는 일등 책에 관련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만 가지고 책이 위험하다고, 위험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책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은 절판이 되었으면 헌책방을 뒤져서 찾아내야 하고 한번 내 손에 들어온 책은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 또한 책에 낙서하거나 접는 것도 싫어하고 책을 읽다가 펼친 채로 업어 놓는 것도 싫어한다. 내게도 책이 넣을 책꽂이가 모자라서 오늘도 책꽂이를 하나 조립했다. 책꽂이다 꽉 차면 말 그대로 세로로 꽂고 그 위에 가로로 얹고 책꽂이 위에 책꽂이가 휘어지도록 얹다가 모자라면 방을 차지하게 된다. 이 방 구석에 한 무더기, 저 방구석에 한 무더기, 이런 식으로 책이 쌓이다보면 경고를 받게 되고 또 책꽂이를 사게 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문제가 책꽂이를 놓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을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는 애서가나 장서가는 아닌 모양이다. 이제는 책도 덜 모으고 내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다른 분께도 드리고 하는데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 신간이 나오기 때문이고 또한 내가 모르던 책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한번 읽고 나면 두 번은 읽게 되지 않는다. 새로운 책 읽기가 바쁘기 때문이다. 딱 한번 본 책들을 모셔만 두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참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나름의 책에 대한 애착이 있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별 볼일 없는 작은 독자인 나도 이런데 자칭 애서가이며 장서가로 고서를 모으고 그에 맞는 책읽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은 더 이상 한 권의 책이 아닌 게 될 것도 같다. 진짜 위험한 책이 되는 것이다. 도가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된다. 너무 갖고 싶은 책이라면 아마도 훔치기도 할 것이고 그 책을 수집한 사람에게 그 보다 더한 일도 저지를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나치면 책에 대해 강박감을 갖게 될 것이고 집착이 지나쳐서 어떤 위험한 일을 저지를 지 모르고 또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런 면에서 책을 많이 모은다는 면이 위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책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에 진짜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물건이기도 했다. 많은 책들이 분서갱유를 당했을 때 책만이 당하지 않고 그 책을 소유한 자도 당했기 때문이다. 금서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든 있어왔다. 그때 금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진짜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책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이와 글씨로 만들어진 물건일 뿐이고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등 다를 것 없는 소유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안에 사람의 손길과 정신, 사람이 온전히 들어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 나쁜 책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약이 되고 독이 되는 것이 책이니 위험한 건 그 책을 쓰고 읽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을 이 책에서는 은유적으로 진짜 책이 살아있는 생명체인냥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사람들이 책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을 꼬집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책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쓰고 읽을 수 있게 된 것일까? 아니다. 지금도 어떤 책은 비난을 당하고 어떤 책은 소송에 휘말리고 또 어떤 작가에게는 현상금이 걸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렇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언젠가 부메랑처럼 진짜 위험한 책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지. 나는 이것이 위험한 책의 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원인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므로 그 결과도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니 위험한 책이란 위험한 인간의 탄생물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오롯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이 작은 책은 알알이 글자마다, 행간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의 마음을 담아서... 나는 이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조셉 콘라드의 책 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그림자를 조명하는 것, 그 경계선에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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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5-0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런... 쪽지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