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레드 - 엘렌 림바우어의 일기
조이스 리어든 엮음, 최필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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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림바우어의 일기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은 편집자가 고서점에서 그녀의 일기를 발견하여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실화인 이 이야기는 한 여인이 결혼과 동시에 거대한 저택을 짓고 그 안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것을 담고 있다.

일기를 읽어감에 따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그녀의 환상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사람들의 까닭모를 실종이라던가 죽음, 사고는 사실이겠지만 그녀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얻은 병이 그녀의 정신에 어떤 망상을 심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크면 화를 부른다는 말이 사실이고 정의라면 적어도 림바우어에게는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비단 꼭 그와 그녀만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처음 도입부분은 <여자의 일생>을 읽는 느낌도 주었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장식품처럼 여겨지는 것, 그녀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예전에 읽었던 그 작품에서의 혐오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의 일생에 등장하는 쟌과 다르게 엘렌은 강했다. 그녀 곁에는 그녀를 지켜주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렌의 시련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과연 이 작품을 미스터리 호러물로 읽을 것인가, 아니면 한 여자의 기구한 운명으로 읽을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지만 강령술이라던가 영혼의 소리, 집 자체가 살아 있다는 느낌, 계속되는 사람들의 실종 - 심지어 엘렌의 딸까지 - 등을 빼고 보면 한 여성이 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일기가 그렇게 작은 자신만의 방 하나만을 갈구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방처럼 느껴진다. 엘렌에게 이 일기장은 삶의 고통에서의 도피처였고 그녀의 친구이자 말벗이었다. 왜 그녀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려 했던 것일까. 그것은 그 시대, 아니 어쩜 지금도 우리는 고통을 자신 안에서 삭히는 버릇이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성이라는 존재가 사회적으로 억압받으며 생겨난 것, 아무리 참정권을 획득하고 페미니즘을 외쳐대도 동등해지지 않는 여자의 삶이 자꾸만 자기 안으로 숨기를 유도하는 것 아닐까...

편집자이자 이 일기를 발견한 조이스 리어든 박사는 이 저택 탐사를 나설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엘렌과 여성성을 가진 로즈 레드라는 저택의 고통을 이해하고 기꺼이 나누는 것 아닐까. 누가 아는가. 로즈 레드가 원한 것은 그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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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2-1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벌써 다 읽고 리뷰까정! @@

물만두 2006-02-1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쓸까 하다 어제 후다닥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