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 프랑스 추리문학상 대상 수상작
미셸 크레스피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다보면 내 맘대로 안되는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벽은 등장하고 그 벽이 가장 가혹할 때 등장하면 인간은 무너지고 만다.

IMF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 그 전까지는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이후로 재고 정리하듯 회사는 밥먹듯 직원을 해고한다. 해고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직장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면야 서로 모셔가기 경쟁이 되겠지만 직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들어가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이때 사람의 눈높이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던 일을 하길 원한다. 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하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작품 전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라는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에도 해고되어 직장을 구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물론 작품은 다르게 전개되지만 이 작품이나 <도끼>나 우리가 어떤 곳에 살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누군가 실직한 당신에게 이 시험을 통과하면 좋은 직장을 구해준다고 한다면 당신은 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시험은 최고로 좋은 인재만을 엄격하게 선발하는 것이라 최고들 가운데 뽑혀야 하고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 자, 당신은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헤드 헌터라... 우리 사회에 헤드 헌터라는 말이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말로 두뇌 사냥꾼이라... 내가 가진 것, 능력을 팔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 카피에서도 나왔던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 능력이 어떤 능력인지는 우리가 아닌 사회가 판단한다. 가치라는 것은 필요한 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진짜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그런 사회인가...

가끔 지구가 멸망한다고 딱 한대밖에 없는 우주선에 한정된 사람들을 태워야 할때 어떤 사람들을 태우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을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때 진짜 능력이 최고인 사람들만이 타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나머지 남아야 하는 사람들은 전혀 가치없는 사람들이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산다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와 경쟁하며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자연은 정글의 법칙에 의해 지배받는다. 그들의 구조는 피라미드 구조다. 높은 곳에 가장 강한 짐승 소수가 있고 맨 아래 가장 약한 짐승 다수가 있다. 그 구조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순환된다. 먹이 사슬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짐승이 보존된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는 항아리 구조를 지향한다. 중산층을 가장 많이 만들어야 사회가 안정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산층이 무너지고 상층과 하층만이 남았다.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그래서 야기되는 사회 문제도 쌓여간다. 그것을 단지 개인의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능력이 좋은 사람을 찾는 부유한 기업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서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잠깐 딴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작가는 이 작품을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말했다. 추리소설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거나 앞의 부제인 <기업 스릴러>에 반감이 생긴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하시길 바란다. 한번 읽어보시길.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우리가 발가벗고 서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에서부터 무언가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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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2-1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뉴스에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 3가지가 나왔더군요
첫째가 강성위주의 노사관계 둘째가 강한 규제 그리고 셋째가 반기업정서..라더군요
다른 건 다 이해가 되어도 세번째 반기업 정서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싶은데 말이죠..

물만두 2006-02-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세계적인 추세가 반기업정서를 몰아내는 분위기니 역시 가진자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