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잭 런던이 다 쓰지 못한 작품을 로버트 L. 피시가 이어서 쓴 작품이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따지자면 두 작가의 공저라 할 수 있다. 분량 면에서 보더라도 반반으로 나뉘니 딱히 잭 런던의 작품이라고 하기도 뭐한 작품이다.

돈을 주면 누군가를 암살해주는 암살단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나 암살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원칙은 살 가치가 없는 자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만 계약이 체결되고 한번 체결된 계약은 파기할 수 없다. 이때 한 남자가 암살단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우두머리를 암살해 달라고 제의한다. 그의 분명한 논리에 따라 우두머리는 자신의 암살을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피해 다닌다. 이제 암살단 우두머리와 암살자들과의 추격전이 전개된다.

한 사람의 암살자가 죽을 때마다 그들의 동료는 비통해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암살한 자들에게는 어떤 동정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신념이 그들을 암살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들에게 보수 한 푼주지 않고 신념에 의한 암살자가 되어 달라고 누가 말하고 그런 조직을 만들자고 한다면 가담할 자들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부터 이 작품의 모순은 들어난다.

자가당착이란 말이 있다. 언행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이 말을 쓴다. 이들의 논리가 바로 이것이다. 감히 징키즈칸의 미개한 아시아인들을 몰살한 것과 소크라테스를 죽인 것을 저울질하는 행태라니... 그러면서도 전쟁을 걱정한다. 자기들이 죽으면 안 되는 거고 남이 죽으면 상관없는 논리... 이들의 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그러니 이때나 백년 후나 변하지 않고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것이겠지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약 소위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암살 의뢰를 이런 집단이 있어 누군가 한다면 그래서 그가 죽어 더 이상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생각했다. 법으로 벌할 수 없는 자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지 않은가. 우리도 때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건 다른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죄는 죄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로버트 L. 피시의 결말은 그나마 나았다. 잭 런던의 메모나 극적으로 보이는 차미언 런던의 결말보다는. 하지만 너무 신파적이다. 신파적임에도 불구하고 암살자와 그 우두머리의 쫒고 쫓김은 박진감 있고 스릴 있었다. 단지 정의와 논리, 철학과 사상만 들먹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다. 그랬다면 잭 런던 자신이 완성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제로섬게임 식의 스릴러(?) 작품을 보고 싶다면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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