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하세 세이슈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조금 미뤄두고 나중에 보려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보게 되었다. 책 표지에 금성무와 어떤 여자가 인쇄되어 있다. 난 금성무가 누군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남동생이 “금성무 때문에 샀지?”이러는 게 아닌가.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한 배우는 장국영이었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었던 모양인데 장국영이 젠이의 역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주 예전에... <아비정전>에서 춤추던 그 시절에 말이다. 젠이는 어쩌면 아비정전에서의 장국영과 닮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장국영이 보고 싶다.

불나방은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스스로 뛰어든다. 뛰어 들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젠이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인물이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하면서도 언제나 위험에 빠지고 무엇이든 하는데도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세상에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자신을 절대 최고라 생각하지 않는 냉정함... 그것만이 유일한 재산인 젠이...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중국과 대만, 일본, 그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물...

젠이를 보면서 재일 한국인들 또한 이런 심정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똑같으니까 말이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 그 사이에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세상에서 버려진 고아일 뿐이다. 그냥 젠이를 보니 이 작품의 스토리보다 이런 것이 더 생각났다.
단 며칠간의 중국인들끼리의 싸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쓰는 젠이... 매력적인 캐릭터임에 분명하지만 절대로 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젠이... 이제는 일본의 밤거리가 생각날 때면 고독한 젠이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야쿠자 형사 콘돌>과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의 주인공의 단점만 섞으면 젠이가 될까... 가끔 나는 이상하게 이런 게 궁금해지곤 한다. 절판되었지만 이 책의 명성은 자자하다. 명성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특히 독특한 캐릭터 젠이가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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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5-11-02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국영을 연상케하는 소설속 캐릭터,,,
갑자기 아비정전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물만두 2005-11-03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