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제국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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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꼭 마지막에 가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참,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독특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스리슬쩍 마무리하는 느낌도 들고... 전작의 돌의 집회에서도 마지막에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여기서도 또 그러니 이게 이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더불어 이 작가를 추리 작가라고 부르기가 애매하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기억을 잃어 가는 한 여자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 여자가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장면과 함께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럴 때는 그들이 만나는 접점이 있다는 얘기일 수밖에. 그 접점은 실로 놀라운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이 작품은 멋진 스릴러 내지는 추리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그것이 지향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
작가가 모든 등장인물들을 동원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자유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 자유는 꿈이고 일탈이다. 그리고 죽음이다.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것. 이미 사라져버린 문명의 남겨진 석상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작가는 자유를 외친다. 왜?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거짓 자유에 대한 경고도 아끼지 않는다. 자유는 구속이 아니다. 자유는 추구가 아니다. 자유는 해방 또한 아니다. 그러기에 자유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붉은 양귀비꽃에 속지 말기를... 자유가 구속으로 바뀐다는 걸 가르쳐주는 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 우리들이 잃어버린 순수함, 단순함, 그냥...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의 허무한 마지막을 참아낼 수 있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 자유다. 서평자의 자유를 믿지 마시라. 자신의 독서의 자유만을 믿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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