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남자들 1 블랙 캣(Black Cat) 8
이언 랜킨 지음, 양선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언 랜킨의 레버스 경위 시리즈 중 13번째 작품이 그에게 에드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존 레버스의 주요 무대는 스코틀랜드다. 그러니까 그는 스코틀랜드 경찰이다. 어쩌면 그는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창조한 콕크릴 경감의 뒤를 잇는 경찰이 아닌가 싶다. 동일한 지역에서만 보자면 말이다.

 

p 122-123에 이런 말이 있다.

지나가버린 과거가 마치 현재처럼 그를 질식시키고 있었다. 결혼에 대한 기억, 젊은 아내와 아든 가의 아파트로 이사 오던 날의 기억, 처음 이사 왔던 날 밤, 그는 창문 밖으로 술 취한 중년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가로등 기둥에 온 인생을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균형을 자으려고 애를 쓰다가 선 채로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레버스는 그 남자에게서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 생각해 보면 당시에 그는 거의 모든 것이 애틋했다. 신혼이었고, 첫 번째로 융자를 받았고, 로나가 아기 얘기를 했었다......

 

경찰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찰은 - 프랑스의 대표 경찰이 메그레 경감같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경찰을 제외하고는 - 가정에서 불화를 겪게 된다. 늦든, 빠르든... 요즘 나온 작품을 예로 들자면 퍼트리샤 콘웰의 작품에 등장하는 마리노 형사는 뒤늦은 이혼으로 휘청거린다. 로렌스 블록의 매트 스커더는 전직 경찰이지만 경찰 시절의 과오로 이혼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또한 이혼하고 여자 친구에게 마저 버림받는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는 자신을 코요태에 비유하며 외로움과 고독이 경찰의 전유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경찰이 주인공인 경우 독신도 많이 있다. 우선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이 그렇고 P. D. 제임스의 아담 댈글리시가 그렇다.
아마도 체격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음악 애호가인 점으로 보나 레버스 경위는 쿠르트 발란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스 경감은 아니다. 그의 성격과는 너무 안 맞는다. 레버스 경위에게서는 유머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꾀를 부릴 줄도 모른다. 발란더처럼. 외고집에 자기 직업에 불만이면서도 그만 두지 못하는 천상 경찰인 것이다. 경찰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왜 그들은 그래야 하는 걸까. 또 은퇴한 경찰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쓰기도 한다. 그들의 직업 자체가 주는 압박감 때문은 아닐까. 그들은 범인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범인과 가장 가까이 상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격무에 시달리면서 개 발에 땀나게 뛰어 다니지만 사건을 해결하면 본전치기요, 미해결이 되면 언론에서 무능한 경찰이라고 욕을 먹게 된다.
여기 이 작품에서 레버스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관과의 문제, 그리고 범죄자와의 문제... 스스로도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뒷맛 깨끗함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은 인간이다. 경찰은 범인을 잡는 로봇이거나 신이 아니다. 레버스는 그런 경찰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사건이 서로 물려 돌아간다. 레버스가 교정프로그램으로 예전의 사건을 쫓는 동안 그의 부하인 쉬번 경사는 그의 사건을 이어 받아 해결하려 한다. 작품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가장 스포일러로 빠지기 쉬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곳곳이 독자들에게 함정이고 지뢰밭이다. 레버스 경위가 늘 의심하듯이...
출판사에 아쉬움이 있다면 차라리 시리즈를 출판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바람이다. 블랙캣 시리즈라는 것이 각 국의 추리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만을 출판하는 시리즈지만 이렇게 앞, 뒤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시리즈, 특히 경찰 시리즈는 가급적 자제를 부탁한다. 상이 에드거 상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경찰 시리즈의 특성은 경찰들의 개개인이 모인 경찰서의 풍경을 알 수 있어야만 한다. 많은 경찰들이 각 권마다 들락 달락 했을 것이고 어떤 사건은 앞, 뒤에 다시 등장하게  마련이다. 이때 이 점을 알지 못하면 독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한 주인공의 생활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레버스 경위는 이혼을 했다. 딸이 다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언제, 어느 사건에서인지 알 수가 없다. 앞의 책에는 언급을 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시리즈를 읽는 매력을 끊는 무정함을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달랑 한 권으로 시리즈를 맛보고 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레버스 경위가 다시 출판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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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2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속상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