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의 제목만 보면 추리 소설이라는 걸 알기 어렵다. 또한 분류상으로도 추리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단편 추리소설을 모아 놓은 단편 추리소설집이다.  

표제인 <아내의 여자 친구>는 1989년 일본추리작가협회에서 단편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상 생활에서 느닷없이 표출되는 소시민의 살의와 광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만족하는 동사무소직원의 가정에 어느 날 아내의 출세한 여자 친구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일상은 금이 간다. 문제는 만족스럽게 생각하던 자신만의 생활은 단지 자신만이 만족한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가정이란 남편과 아내와 자식들이 구성한 곳이다. 그러므로 이들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 속에 사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작품 <보살 같은 여자>는 말 그대로 보살 같은 마음씨로 나이 든 남자에게 후처로 시집온 여자의 이야기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자의 광기까지 말없이 다 받아 주는 여자.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그의 딸들과 여동생이 그가 죽어 주기를 바랄 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여자. 제목이 이 단편의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추락>은 어이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는 평이하면서도 마지막에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세 번째 작품 <남자 잡아먹는 여자>는 일본 특유의 전설과 결합한 일종의 <우부메의 여름> 비슷한 작품이다. 우리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지만 내용은 진부하면서도 전설과 결합되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다섯 번째 작품 <잘못된 사망 장소>는 블랙 코미디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질투로 남자를 살해한 여자가 본처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본처는 그 사실보다 남자의 시신 옮기기에 더 신경을 쓴다. 유언장 때문에. 한 마디로 여자들을 화나게 하지 마라는 작품이다. 특히 가족은...  

 

여섯 번째 작품 <종막>은 가장 평이한 작품이다. 평범한 단편 추리 소설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고이케 마리코의 단편들이었지만 색다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도 일상에서 늘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고 죽이고 싶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쩌다 뉴스에서 보면 우발적 살인이라든가 계획적 살인을 범한 소시민들을 볼 수 있다. 그들도 우리 같았겠지만 마치 수류탄의 뇌관을 건드리듯 무언가 그들의 폭발점을 건드린 것이 있어 그렇게 된 것이다. 대부분은. 아니라면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자가 과연 몇 명이겠는가. 매일 죽고 싶어, 죽이고 싶어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 뇌관을 적절하게 작품에 삽입한 작품들이라 추리 소설로만이 아니라 일반 소설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모처럼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02-2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