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콜린 덱스터의 열 번째 작품이자 그에게 CWA 골든 대거상을 두 번째로 안겨 준 작품이다. 물론 첫 번째 작품은 <옥스퍼드 운하 살인 사건>이다. 그밖에 실버 대거상도 두 번 받았는데 1979년 작품인 <.Service of All the Dead>와 1981년 작품인 <The Dead of Jericho>가 있다. 우리 나라에 번역된 작품은 첫 번째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이 장편으로는 전부였기에 기대가 큰 시리즈다. 장편이 13권밖에 되지 않으니 부디 전권 출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모스 경감에 대한 내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기억하는 모스는 약간 우수 어리면서도 지고지순한 남자였는데 아마도 아담 댈글리시와 쿠르트 발란더가 결합되어 모스 경감으로 형상화시킨 모양이다. 우수? 택도 없는 소리다. 지고지순?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모스 경감은 술고래다. 전작에서 입원까지 했으니. 거기다 고상한 척하지만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체면상 드러내지 않는 것뿐이다. 거기다 우기기 대장에 자기 맘 대로고 해결을 하면 자기 덕이고 못하면 남 탓이다. 친구가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루이스 아니면 누가 그의 곁에 있겠는가. 루이스는 모스에게 있어서는 네오 울프의 조수인 아처 굿윈과 같은 역할이다. 약간 모자란. 하지만 정감 있는 인물이다.   

 

192p  

“자네가 일전에 모든 인간은 매일 24시간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건 불변의 진리야, 모스. 별로 상상력 없는 말이긴 하지만 엄연한 진실이네.”  

“자네는 아직 네가 어떻게......”  

“누군가...... 누군가 말했지. ‘세상에 정말로 중요한 일이란 없다...... 종국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벨포어 경이 한 말이네.”

 

이 작품의 패턴은 사실 콜린 덱스터가 자기 작품에서 한번 써먹은 수법이라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그것보다 흥미로운 점은 모스 경감의 원맨쇼를 구경하는 재미와 재치 넘치는 방식이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웨덴 처녀의 실종과 살인 사건이니까 이 정도 난리를 떤 거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흑인이나 아시아계 여성의 실종과 살인이라면 이리 법석을 떨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바보 같다. 그들이 뭐 때문에 그러겠는가.  

 

368p  

당신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보냈던 짧은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소. “가 버린 위대한 날들 중 오직 하루, 모든 얼굴들 중 오직 한 얼굴.”  물론 내 말이 아니라 어니스트 다우슨의 말이오. 그 추억을 같이 보내오. 굳이 골라야 한다면, 나는 여섯 번째 곡인 ‘주여, 생각해 보소서 Recordare.'를 가장 좋아하오. 그런데 ’리꼬르다레 Recordare'는 ‘리꼬르도르 recordor'라는 동사의 2인칭 단수형이라오. 그 뜻은 ’기억하라!‘라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의 동화를 생각했다. 숲속에 있는 마녀의 집이 등장하는 <헨델과 그레텔>이라는 잔인한 동화가. 그 동화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잔인한 인간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읽는 이들에게 그레텔이 숲을 따라 가며 떨어뜨린 빵 조각을, 새가 먹어 치워 사라진 빵 조각을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스웨덴 처녀라는 빵 조각을.  

 

421p  

"대부분의 사건과 똑같지요. 안 그렇습니까? 사실 범인들의 동기를 100% 이해할 수 없죠. 물론 대개 명백한 동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래야 했는지 늘 알 수 없는 구석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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