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 - 베스타 무녀의 샘
장 프랑수아 나미아 지음, 도화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 추리 소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역사 소설에 추리를 가미한 작품, 무대가 옛날 일뿐인 추리 소설... 이 작품은 어디에 속 하냐 하면 후자 쪽이다. 역사 추리 소설이 읽기 어려운 점은 역사적 사실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독자를 길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독자가 원한 게 단순한 추리 소설일 수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그래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역사 추리 소설이 드문 것이다. 그리고 너무 근대의 서양 사상에 치중해서 질리게 하는 점 또한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작품은 그런 점들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드문 추리 소설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역사만을 강조하면서 추리적 요소가 약하지도 않다.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것도 없다. 그래서 망설이며 선택한 작품인데 의외로 보석을 얻은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다.
로마, 삼두정치를 하던 시대, 카이사르가 있던 시대가 배경이다. 귀족인 젊은 변호사 티투스는 어머니의 살해 소식을 접하고 살인자를 잡으려 한다. 그때 천한 대접을 받던 연극 배우가 티투스를 돕겠다고 나선다. 그들은 어머니의 살해와 카이사르 정부이자 어머니의 친구이며 티투스의 친구인 브루투스의 어머니가 잃어버린 진주 목걸이와 어머니 죽음을 연관시키지만 그것은 또 다른 살인, 신성한 무녀가 살해되면서 의구심만 증폭되며 점점 티투스의 측근으로 범인이 좁혀진다.
부제가 <베스타 무녀의 샘>인 것은 이 작품이 베스타 무녀와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그 시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환상을 품는다. 하지만 인간이 있었던 곳 어디에서나 인간의 악한 면은 늘 존재했다. 빈부의 격차, 착취, 계급의 차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복수, 음모, 거짓 등등 이것은 인간이 사라지지 않으면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로마는 망했다. 그래도 인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곁엔 늘 이런 어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니 우리 안에...
요즘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 표방하거나 에코를 그 어떤 작품들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 <4의 규칙>보다 <단테 클럽>보다 더 깔끔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 주관적 입장에서지만. 어설픈 역사 끌어들이기를 시도한 작품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마지막까지 놀라게 하는 법도 갖춘 매력적인 작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niarose 2005-02-1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를 검색하다 제목이 맘에 들어 내용을 봤더니 제가 찾던 스타일 책이라 몹시 반가웠습니다. 생소한 제목에 마이리뷰도 하나 밖에 없어서 혹시나 하고 봤더니 역시 물만두님이시네요. 저도 추리소설 마니아라 예전부터 물만두님 이름은 익히 눈에 익고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특히 아카가와 지로와 패트리샤 콘웰 작품들 때 많이 읽었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물만두 2005-02-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