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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리스 살인사건 1
조은재 지음 / 지오북스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집트의 신화 속 법 집행을 적용시켜 사회의 부패한 자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사실 선전이 과했다. '4천년 시공을 넘나드는 미스터리 사건의 위대한 기록!' 이렇게 선전을 하면 마치 이 작품이 SF적 환타지 미스터리 작품처럼 독자가 현혹될 수 있다. 그런데 지극히 현실적이며 국내 정치 문제나 사회 문제를 풍자한 작품일 뿐인데 어디가 4천년 시공을 넘나들었다는 것인지... 단지 이집트의 신화 속 몇몇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이라면 어불성설이다.
그런 표현만 아니라면 읽을 만한 작품이다. 과 한차현의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을 비교해 보자면 이 작품이 미스터리적인 면에서나 작가의 치우침 없는 글쓰기라는 면에서 더 낫다고 평하고 싶다. 매끄럽게 잘 넘어간 면도 그렇고 마지막 반전은 아니더라도 마지막 장면에서 시사하는 면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보고서 형식의 양식이 좀 많았다는 점이지만 그것 빼고는 괜찮았다. 짜임새도 있고 연쇄 살인 사건을 잘 다루면서 정치 색을 희석시키는 조화 또한 좋았다.
사회에 암적인 존재는 있는 법이다. 그들을 누구나 제거하고 싶어하고 단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고 그들은 미꾸라지라서 잘 빠져나간다. 어찌 어찌해서 하나를 잡았다고 하면 열이 다시 생기는 바람에 맥 빠지게 하는 인물들이다. 역사바로세우기가 요즘 우리 사회의 핫 이슈다. 하지만 역사는 바로 세울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때를 놓치게 되면 바로 세우려 해도 바로 세워지지 않는 것이 역사다. 왜냐하면 역사란 늘 승자가 쓰는 반쪽 짜리 불공평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역사를 뒤늦게 바로 세우려다 보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게 될 것이고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멍에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 하리라. 후회가 따를지라도.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라 생각한다.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심판이라는... 다만 그것이 이스라엘의 이중성처럼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당한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하지만 내게 당한 자에게는 어떤 값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식의...
한국 추리 소설에 목마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과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깔을 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