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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올해의 추리소설 - 슈퍼모델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화남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내가 올해의 추리 소설에 실리는 작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류성희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의 작품이 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
오늘날 한국 추리 소설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다른 것도 변변히 시도조차 못해 본 시점에서 추세에 발 맞춰 사회성 있는 범죄 소설로 갈 것인가, 아니면 문학과 접목을 시도하는 미스터리 기법이 가미된 작품을 양산할 것인가... 나는 두 가지 모두 반대다. 우린 한번도 우리 식의 트릭이 존재하는 추리 소설도 만들지 못했다. 기발한 아이디어 넘치는 본격 추리 소설도 없는데 점프를 하기에는 역량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다른 작가에게 맞기고 추리 소설가들은 한가지만이라도 좀 잘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리 소설을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추리 소설이 없다. 내가 모자란 것도 있겠지만 과연 나만 그런 것일까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추리 소설가는 많이 안다. 김성종의 책도 읽었고 특히 노원을 좋아해 그의 책은 모두 읽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 없다. 슬픈 우리 나라 추리 소설의 현실이다.
우리 나라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편집인데 일본 단편집과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 작가에게는 특징이 없다. 누구는 트릭을 잘 구사하고, 누구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누구는 상징적인 탐정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없으니까. 이수광의 <검은 머리의 외국인>의 트릭을 보면 그건 이미 누군가 사용한 수법이다. 특이할 것도 작가가 개발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감칠 맛 나는 단편일까? 아니다. 그나마 김정원의 <파스퇴르의 휴일>이 볼만했고, 김연의 <벌레>가 좀 나았다.
우리 나라 추리 소설은 우리만의 색깔이 없다. 작가들도 작가들만의 색깔이 없다. 그나마 김성종, 노원 정도가 자기 색깔을 내려 애를 쓰지만 인정받은 작가는 김성종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조금 진부하다. 새로운 작가가 나와 새로운 추리 소설의 방향을 제시하던가 남의 모방과 답습이 아닌 자기만의 영역 찾기를 위한 뼈를 깎는 고통이 없이는 한국 추리 소설의 미래는 언제나처럼 어둡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내 가슴은 찢어진다. 도대체 왜 좀 나아졌나 싶으면 퇴보하고 다시 제자리고 그런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