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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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덜 추리 소설적인데도 에도가와 람보의 <음울한 짐승>보다 더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작가가 이런 분위기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가장 하고 싶은 소재를 사용해서 마음껏 만든 작품인데 안 좋을 리가 없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에도가와 람보는 추리적인 작품을 쓰는 것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 색다른 작품을 쓰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쓰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침과 동시에 어떤 상징과 사상, 메시지를 넣은 것과 같이 말이다.

약혼녀의 기이한 밀실에서의 살해로 인해 주인공은 모험을 하게 된다. 그 모험한 청년을 한 사나이, 백발의 사나이로 만들 정도로 음침한 것이었다. 그래서 난 자꾸만 이 작품의 제목과 <음울한 짐승>을 혼동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살인자도 <음울한 짐승>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처음 두 살인 사건에서의 밀실 트릭과 광장 트릭을 빼면 중반 이후 이 작품은 추리 소설에서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 소설로 모험 소설에서 기묘한 컬트적 소설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병든 사람의 문제는 신체적 병이 아니다. 요즘 연쇄 살인범이 잡혀 사회가 시끄럽다. 그는 자신의 병과 가난을 비관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그는 마음이 병든 사람이다. 몸이 병든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병든 자는 치유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것이 병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연쇄 살인범을 보며 사회가 신체적 부자유스러운 자들에게 마녀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들었다.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그렇고. 그런 사람도 마음이 병이 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마음의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신체적 병과 마찬가지로... 그러므로 자만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삼았으면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에 에도가와 람보 전집이 출판되지 않나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내 바람은 언제나 바람으로 끝날 뿐이지만 그래도 바람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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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이지 2004-07-30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관심이 갑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다. 꼭 읽어 봐야겠습니다^^

물만두 2004-07-31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