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장 에슈노즈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장 에슈노즈... 내가 아는 얼마 아 돼는 프랑스 작가 가운데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똑 같은 구성을 보인다. 떠나거나, 사라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인 모양이다.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빅트아르는 떠난다.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 죽었다 하나만으로 여자는 겁을 먹고 도망을 친다. 그리고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처음에는 숨었다가, 돈이 점점 떨어져 도둑질을 하다가 거지가 되어 몸을 팔 수도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 빅트아르... 그런데 한 남자가 그녀를 따라다닌다. 그 남자는 여자에게 떠나온 곳의 근황을 알려준다. 그러다 빅트아르가 다시 떠나온 곳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죽었다 생각한 남자는 멀쩡히 살아 있고 자신을 따라 다닌 남자는 죽은 남자였음을 알게 된다.

장 에슈노즈는 인간의 몰락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몰락에는 두 가지의 몰락이 있다. 물질적 몰락과 정신적 몰락...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둘 다의 몰락... 이 작품은 물질적 몰락을 그리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는 한 여자의 물질적 몰락... 나락에서 여자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듯 작가가 잔인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시한 매춘조차 할 수 없는 몰락... 그 안에 작가는 이런 말을 담고 있다. 달걀을 쌓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 하나만 빼면 무너뜨리기는 쉽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자본주의 안의 인간의 모습이다.

이것은 작가의 꿈일지도 모른다. 빅트아르의 꿈일지도 모른다. 일년 동안 그저 악몽을 꾼 것일지도... 하지만 장자의 일장춘몽이 말해 주듯 빅트아르와 장 에슈노즈의 일년은 공허함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왜 사느냐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빅트아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빅트아르가 아니고 빅트아르를 지배하는 장 에슈노즈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모른다. 인간의 몰락이 무엇인지... 이것이 내 솔직한 결론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몰락에 대해, 도망과 귀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까닭을 좀 말해 줬으면 한다. 작가의 진짜 생각이 알고 싶다. 작가가 느끼는 삶, 고통, 인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 작품을 진정한 몰락으로 생각하는 지도 말이다. 그럼 빅트아르의 귀소는 무슨 뜻인지... 작가가 진정한 인간의 몰락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지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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