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0
리처드 헐 지음, 백길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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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세계 3대 도서 추리에 손꼽히는 이 작품. 세계 3대 도서 추리 작품은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 크로프츠의 <크로이튼 발 12시 30분>, 그리고 이 작품을 말한다. 살의는 봤다. 이번에 복간된 동서 미스터리 북스 덕분이다. 원제가 The Murder of My Aunt인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짐작케 한다. 조카가 미운 백모, 즉 큰어머니를 완전범죄로 살해하고 유산을 차지하려는 내용이다. 물론 그 살의가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에서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유머러스하고 깔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으르고 자기 잘 낫 맛에 사는 한 청년이 백모에게 얹혀 사는 주제에 거드름만 피우다가 급기야 백모를 살해하고 유산을 가로 챌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결말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우습지만 도서 추리 소설은 완전 범죄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범인이 마지막에 반드시 잡힌다. 문제는 어떻게 탄로가 나서 잡히느냐다. 이 멍청한 청년은 어이없게 잡힌다. 말하자면 백모가 더 머리가 좋았다는 반증이다. 마치 미스 마플을 살해하려는 조카같이 되어 버렸으니.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백모를 살해하려고 계획하는 조카의 이야기다.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와는 마지막 부분이 닮았고 크로프츠의 <크로이튼 발 12시 30분>과는 주인공의 처지가 닮았다. 이 작품이 두 작품에 비해 나은 점은 단순미에 있다. 단점은 또한 단순함에 있다. 도서 추리의 백미는 범인의 교활함과 정교함, 그들 추적하는 탐정의 노련함과 끈질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 생각으로는 이 작품뿐 아니라 나머지 두 작품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단지 이 작품의 의의라면 최초의 도서 추리 작품이라는 점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걸린 작품인 만큼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추리 소설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외에 단편 두 작품이 실려 있다. 휴 월폴의 <은가면>과 윌키 콜린즈의 <사람이 오만하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은가면>은 다른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지만 한 마디로 말하라면 ‘사람이 착하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작품이다. <사람이 오만하면>은 정말 보기 힘든 윌키 콜린즈의 작품이다. 형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제목 그대로 사람이 오만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보다 윌키 콜린즈의 단편을 읽은 것만으로도 족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 단편이 이 책의 가치는 다른 책 두 배를 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감개무량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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