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플러스1 동서 미스터리 북스 27
개빈라이얼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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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CWA 영국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레지스탕스 출신 남자에게 친구가 의뢰를 한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보디가드라고 해야 하나 신변 변호를 위해 길을 떠난다. 그는 가는 길에 자신을 죽이려는 적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전쟁 때는 전우였던 인물들이지만 전쟁 후 갈 길을 달리한 이들이다.  

색다른 작품이다. 일종의 로드 추리 소설이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전직 레지스탕스였던 한 남자가 의뢰를 받고 보디가드가 된다. 보디가드라기 보다는 의뢰인의 재산을 지켜 주기 위해 의뢰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물론 그 찾아가는 여정에서 대부분 난관은 발생한다. 누군가의 총격을 받고, 쫓기게 되어 도망 다니게 되고 그러다 예전의 동료에게 몸을 의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잠시 그 시절,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이 조금의 감상에 젖어들 짬을 주지 않는다. 박진감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고 읽다 보면 금새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장점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으로 몰입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 바쁘다. 단점은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전쟁은 사람들에게 죽음을 선사하고 살아남은 자에게는 전쟁 후 전혀 다른 삶을 강요한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 비해 단순하고 불행하다. 어떤 삶이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은 불행한 삶이기 때문이다. 전쟁 때는 단 한가지 목적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아주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우문이다. 적과 동지 두 가지 삶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인간을 단순화시킨다. 죽느냐 사느냐 만을 생각하면 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 살던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된다. 전쟁이 길어지고 또한 사회의 첫발을 내디딜 때 전쟁을 겪었다거나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나이가 들어 전쟁이 끝났다면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전쟁 때 배운 총 다루는 기술로 테러리스트나 보디가드, 살인 청부업자나 조직 폭력배가 된다. 또는 사기꾼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이 부랑자가 되는 것이다.  

평화가 찾아오면 전쟁은 그들에게 후유증을 남긴다. 평화시 삶은 둘 중 하나, 명백한 하나만의 선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작품의 제목으로 대변된다. 전쟁이라는 심야에 하나의 위험을 더 보탠 것이 그들이 평화시 살아가야 하는 삶이고 이것은 또한 단순하게 주인공이 심야와 더불어 겪어야 하는 한가지 일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사실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영국미스터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읽고 싶지만 내용이 전쟁 유물이 되어 버린 레지스탕스였던 남자의 이야기라니 전쟁,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망설이게 되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레지스탕스였던 남자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기는 하지만 전쟁보다는 전쟁의 후유증 같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로 인해 갖고 있는 어떤 단점 정도로 생각이 되는 부분이고 그것보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한 부유한 남자의 재산을 지켜 주기 위해 길을 떠나 도착지까지 가는 여정 동안 끊임없이 적과 싸우고 하는 것이 하드보일드와 로드 픽션을 잘 혼합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왜 대단한 작품인지 이제야 알게 되어 부끄럽다. 이제는 대강의 줄거리로 성급한 판단은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개빈 라이얼의 작품은 얼마 안되니 모두 출판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기대 이상의 작품을 읽게 되어 좋았다. 기대가 적어 오히려 상승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어떤 기대도 갖지 않고 편견 없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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