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틴 베크 시리즈다. 부부 작가인 펠 바르와 마이 슈발이 공통 집필하던 시리즈로 모두 열 권을 내 놓을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남편이 먼저 사망하하고 만 안타까운 시리즈다. 이 작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4번째 작품이자 1970년에 에드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 시리즈를 쓴 펠 바르와 마이 슈발 부부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번역하면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탄생시켰다고 하니 읽으면서 자연적으로 87분서 시리즈와 비교하게 되었다.  

읽은 뒤에는 모든 면이 비슷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이 작품이 좀 더 신선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작가 부부가 스웨덴 사람들이고 배경이 스웨덴이기 때문에 북유럽의 생소한 매력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의 기원을 엿본 느낌이 들었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나 기타 경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힘든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스웨덴 특유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   

미국 경찰 소설을 보면 보통 공조 수사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대체적으로 잘 이뤄지는 공조 수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밖의 것들은 비슷비슷하다. 인종에 대한 차별이라든가 국적에 대한 차별, 경찰이 당하면 더 열 받아서 힘을 낸다는 사실. 어쩌면 경찰이 살해되었기 때문에, 아니 살해된 사람 중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공조 수사가 잘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모둔 나라의 경찰 소설은 거기서 거기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 제목이 웃는 경관인 것은 일종의 비유다. 마르틴 베크가 자신의 딸이 크리스마스 선물한 앨범에 수록된 노래 제목인데 정말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반어적 표현으로. 어떤 미치광이가 버스에 탄 승객을 향해 비오는 밤 기관총을 난사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도주하고 시체의 신원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그 희생자 중에 경찰도 끼어 있었다. 이 사건은 경찰을 노린 사건인가, 우발적 대중을 향한 범행인가, 아니면 범인은 어떤 노리는 점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무차별 테러에서 그 경찰이 조사하던 사건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경찰들이 정말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16년 전 미궁에 빠진 여자 살인 사건에까지 이르게 된다. 경찰의 뒤만 잘 따라가면 범인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왜 모든 경찰은 고독해야 하는 것일까. 경찰이란 이런 존재여야 하는 걸까. 그런 면에서 보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스티브 카레라가 마르틴 베크나 쿠르트 발란더는 부러울 것 같다. 해리 보슈도. 어느 나라나 경찰은 힘든 직업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87분서의 경찰들처럼 스톡홀름 경찰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 베트남 전에 대한 반전의 사회 상황, 그 와중에 포르노 잡지 일제 단속에 동원되는 경찰들의 노고가 또한 요즘 상영되는 영화 <살인의 추억> 속의 우리 나라 경찰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 장의 경찰들의 서글픈 웃음이 이 작품 제목의 아이러니를 나타내 주고 모든 경찰들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경찰 추리 소설의 수작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본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권한다. 아마도 비슷한 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나 국가를 초월해서 말이다.

간만에 재미있는 경찰 소설을 읽었는데 또 시리즈가 달랑 한 권에서 끝이 난다. 추후 동서에서 출판 예정인 작품이 있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만 출판해도 좋을 것 같은데, 언제나 나만의 생각으로 끝나는 듯 하니 아쉽다. 묘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좀더 읽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